오사바 빈 라덴 형수 카르멘 영문판 수기 곧 출간

  • 입력 2004년 7월 12일 15시 55분


"오사마는 사막의 열기로 숨을 헐떡이는 갓난 아들에게 물병을 물리지 못하게 하고 숟가락으로 떠먹이도록 할 정도로 코란에 명시된 문구에 충실했다."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형수인 카르멘 빈 라덴이 밝힌 오사마 빈 라덴의 단면이다.

스위스 출신인 카르멘은 1974년 오사마의 이복형 예슬람과 결혼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서부도시 제다에서 9년간 생활하면서 가까이서 보고 들을 오사마와 그 일가의 삶을 '왕국의 내부'란 책에 털어놓았다. 이미 18개국에서 16개국 언어로 출간됐으며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영문판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카르멘은 책 홍보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 전 제네바에서 가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철저한 '코란주의자'로 표현했다.

"어느 날 초인종 소리가 나 하인을 시키지 않고 직접 문을 열었는데 문밖에 서 있는 오사마가 나를 보자마자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에게 '(코란에 따라) 아버지는 큰 어머니의 얼굴을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동생 오사마가 아기를 잃어도 좋다고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7세기에 쓰인 코란의 글귀를 자식의 고통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비난했다.

카르멘은 오사마가 청년시절 베이루트에서 바람둥이였다는 소문에 대해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면서 "그는 언제나 경건한 자세를 보였고 가족들도 그의 신앙심을 존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정부가 오사마를 비난하고 그의 사우디 국적을 박탈했지만 빈 라덴 일가와 사우디 왕가는 수십 년간 친구이자 동업자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또 빈 라덴 가문이 겉으론 오사마와 절연을 선언했지만 9·11 테러 이후에도 24명의 형제들이 오사마를 존경하는 것을 보고 실제로 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한편 카르멘은 시아버지 모하메드 빈 라덴에 대해 "위엄이 있으면서 지적인 분위기를 소유한 멋쟁이였다"면서 "두 딸의 교육을 위해 거실에 시아버지 사진을 걸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두 딸과 함께 1983년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살고 있으며 14년째 이혼 수속을 밝고 있는 그는 빈 라덴이란 자신의 성(姓)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