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후세인 “나는 이라크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04년 7월 1일 19시 05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측근 11명에 대한 이라크 특별법원의 재판이 1일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3일 후세인 전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됐을 때의 모습.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측근 11명에 대한 이라크 특별법원의 재판이 1일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3일 후세인 전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됐을 때의 모습.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일 이라크 법정에 섰지만, 특별법원의 합법성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날 재판에선 주로 인정심문만 이뤄졌다. 재판이 끝나려면 수개월은 걸릴 전망이다.
▽재판정 표정=지난달 30일 기소장을 전달받은 후세인은 경찰의 삼엄한 호위 속에 법정에 출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군에 체포되던 당시의 긴 수염과 텁수룩한 머리 모습과는 달리 이발과 면도를 마친 단정한 모습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군과 이라크 경찰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바그다드 시내 중심부 그린존에 있는 특별법원 주변의 경계근무를 강화했다.
이날 재판을 계기로 후세인과 측근 11명의 신분은 전쟁포로에서 피의자로 바뀌었다.
재판에 앞서 후세인은 거만한 모습을 유지하려 했지만 내심 초조한 것처럼 보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재판 전날 살렘 찰라비 특별법원장이 “몇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내일까지 질문을 유보하라”고 대답했다고 영국 민영방송 I TV가 자닌달 30일 보도했다. 그는 찰라비 특별법원장에게 “나는 이라크 공화국 대통령, 사담 후세인 알 마지드”라고 거만한 태도를 보였지만 매우 예민한 상태에서 겁에 질려 있었다고 찰라비 특별법원장이 전했다.
▽재판 둘러싼 장외 공방=본격 재판에 앞서 이라크 과도정부는 후세인에 대한 사형 선고 방침을 공공연히 나타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특별법원의 위법성을 집중 거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후세인 재판은 과거 독립적인 국제재판소로서 전범재판을 벌였던 뉘른베르크나 시에라리온 전범재판과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라크 법에 따라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미국은 이번 재판을 통해 전범재판의 새로운 장을 만들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그러나 후세인의 프랑스인 변호사 에마뉘엘 루도는 “특별법원은 불법으로 일으킨 전쟁으로 탄생한 불법 정부에 의해 구성됐기 때문에 합법성이 결여돼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실 포조 디 보르고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고 “어떤 경우에도 후세인을 사형하는 데 반대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재판을 지켜보는 이라크인들의 감정도 복잡한 양상을 보였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워싱턴·바그다드·파리=AP AFP 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