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졸 취업난-기업 구인난 심각할 듯

  • 입력 2004년 6월 21일 16시 30분


중국은 올 여름 "대졸자들은 최악의 취업난에, 기업들은 최악의 구인난에 시달리는 인력 시장 불일치 현상이 심각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중국 대학의 졸업 시즌인 7월에 약280만명의 대졸자(3년제 전문대와 석사 학위자 포함)가 쏟아져 나올 전망이지만 상당수는 곧바로 백수가 될 처지다. 반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고급 인력이 한 명이라도 아쉬운 처지지만 마땅한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1999년부터 중국 정부는 고등교육을 대중화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늘려왔다. 22세 인구 중 대학 재학생의 비율은 18%로 5년전보다 8%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대졸자 약212만명 중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결정된 사람은 절반에 불과했다. 올해 취업난은 더 심각해 4년제 대졸자 초임 연봉이 지난해 6360달러에서 올해는 46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영업을 확장하면서 본사 파견 직원 외에도 중국 현지 인력이 많이 필요한 상황.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올 봄에 "1만명의 지원자 중에 쓸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쉘도 최근 6000명의 지원자 중에 겨우 9명의 직원을 뽑았다.

쉘의 베이징 인사 담당자는 "중국은 인구가 많은 만큼 인재도 많겠지만,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찾아내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에서는 각 대학에 '직업 분배소'를 두고 대졸자들의 직업을 정부가 일일이 지정해줬다. 이는 현재 폐지됐으나 이를 대체할 인력 시장 시스템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직업소개소나 헤드헌터 등도 마땅치 않아 대졸자들은 취업 박람회를 떠돌고, 기업들도 수천통의 이력서에 파묻혀 있는 것.

일부 대학들은 기존의 직업 분배소를 취업 지원 센터로 바꿔 운영하고 있지만 '커리어 플랜', '취업 능력 계발 컨설팅' 등이 모두 생소한 업무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대졸자'들이 곧 '고급 인력'이 아닌 것도 문제다. 대학 교과 과정이 기업에 필요한 역량과 동떨어질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경력 개발'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다는 것. 한 컨설팅 업체의 인사 담당자는 "아직도 구직자들의 마인드는 업무 역량이라는 것이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면 누가 다 떠먹여 주듯이 길러지는 것인 줄 안다"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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