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마약이 돈줄”…자금모아 세계적 테러조직 구축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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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9·11테러, 스페인 열차 테러, 인질의 목을 자르는 비디오….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는 마약 거래를 통해 자금을 모으고 범죄 조직을 확충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테러의 자금줄은 마약=파이낸셜 타임스가 추산한 알 카에다의 연간 예산은 3000만∼5000만달러(약 350억∼580억원). 이 가운데 10%는 테러 지원에, 나머지는 조직 관리에 사용된다.

2001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테러 훈련캠프를 해체하면서 알 카에다의 자금줄도 차단했다. 해외에서 알 카에다로 유입되는 각종 기부금을 통제했고, 이미 조성된 1억3000만달러(약 1500억원)의 테러 기금도 동결시켰다.

하지만 알 카에다는 마약 거래를 통해 자체 기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 세계 헤로인과 양귀비의 약 70%가 유통되는 불법 마약의 천국. 이곳에서 이뤄지는 마약 거래는 연간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마약 판매로 조직망 확대까지=알 카에다가 유통시킨 마약은 러시아, 홍콩 등의 범죄 집단으로 흘러든다. 마약 판매대금은 현금 혹은 무기로 받는다. 무기 조달이 쉬운 러시아에서는 대체로 마약과 무기를 맞바꾸고 있다.

마약을 유통시키면서 알 카에다는 범죄 집단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전 세계적인 범죄 네트워크를 갖추게 된다.

실제로 2002년 미 연방수사국(FBI)은 홍콩에서 해시시 5t과 헤로인 600kg을 거래한 마약상이 알 카에다 조직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말 아라비아해에서 마약을 운반하다 잡힌 범선의 승무원 33명 가운데 10명도 알 카에다와 연계됐다는 혐의를 포착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마약 및 무기 밀매시장이 알 카에다 조직원과 범죄 조직원이 만나는 장소이지만 사법당국은 이들의 거래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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