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이라크 청년들]엘리트들 떠나고… 美스파이 떨고…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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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들 "조국선 능력발휘 어렵다"▼

이달 이라크 바그다드대 영문과를 졸업하는 청년 루이스 야코(21). 그는 학점도 좋고 5개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아 수재로 꼽힌다. 30일 주권을 이양 받는 이라크 과도정부가 탐내는 인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코씨의 꿈은 이라크를 떠나는 것. 이유는 한 가지. 점점 혼돈 상태로 빠져드는 조국에선 자신의 능력발휘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21일자)는 “이라크의 젊은 엘리트들이 이라크를 빠져나가고 있다”며 “특히 외국에서 직장을 구하기 쉬운 컴퓨터 관련 학과 학생들이 해외로 많이 빠져 나간다”고 보도했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해외 유학 준비나 중동 지역의 직장 구하는 법 등이 주요 화제다. 심지어 대학 1, 2학년 학생들조차도 ‘졸업 후 이라크를 떠나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이라크 여권 발급 사무소는 고급인력의 ‘엑소더스’ 때문에 인산인해다. 사무소 문을 열기 3시간 전인 오전 6시부터 긴 줄이 이어지고, 하루 평균 1800여명이 여권을 신청한다. 한 직원은 “2명 중 1명은 ‘절대’ 이라크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한다”며 “내 입장에서도 이라크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타임은 “과도정부가 이라크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한 두뇌 유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美스파이들 "주권이양후 생명 위협 받을것"▼

지난해 12월 이라크와 시리아의 접경 지역인 후사이바의 미군 검문소에 한 이라크 소년(14)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자신을 심하게 학대한 것에 화가 난 소년은 미군에게 주요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주둔지를 알려줬다.

이후 소년은 ‘스티브 오’라는 별명의 미군 스파이가 됐다. 덕분에 미군은 최근 6개월 동안 주요 저항세력들을 손쉽게 체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권 이양을 약 2주 앞두면서 미군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에 우호적이었거나 스파이로 활용한 10대 이라크 어린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

월스트리트 저널은 14일 “미군에 협력했던 10대 이라크 어린이들이 주권 이양 후 부모에게 되돌려 보내지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라크 저항세력들은 미군에 협력한 어린이들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들은 어린이들을 미국으로 데려가는 방안도 고려했다. 하지만 고아가 아닌 10대를 미국으로 데려가는 것은 법률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스티브 오는 최근 “마을로 돌아가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다. 나도 미군이 되고 싶다”며 애원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저널은 전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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