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재판에 증인 못서겠다”…보복우려 아무도 안나서

  • 입력 2004년 6월 8일 19시 07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재판 준비가 증인과 증거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 주도 연합군이 후세인 정부와 연관된 55명의 1급 이라크 전범 수배자들 중 40명을 체포했으나 아무도 후세인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후세인이 비록 감옥에 갇혀 있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면 증인의 가족에게 보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후세인이 전쟁 범죄와 반(反)인도적 범죄에 대한 주요 서면 증거들을 모두 은폐했다고 밝혔다. 연합군이 상당한 분량의 증거들을 수집했지만 후세인에게 불리한 것들은 이미 사라졌다는 것.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최종적으로 후세인을 심판할 예정인 이라크 법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라크 재판관 살렘 찰라비는 “후세인 재판을 이끌 후보로 거론되는 대부분의 판사와 검사들이 재판을 기피하고 있다”며 “본인도 지난해 가을 후세인을 심판할 법정 재판관으로 임명된 이후 수많은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후세인은 쿠웨이트에 대한 전쟁 범죄와 80, 90년대 이라크 남부 시아파와 북부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초 후세인을 이라크 당국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재판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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