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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8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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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들어섰을 때 그는 세 가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정부는 너무 크고, 세금은 너무 많으며, 소련은 ‘악의 제국’이라는 것이다. 전임 지미 카터 대통령은 도덕성은 뛰어났으되 경제적 불안정, 군사적 나약함에 국민까지 기가 죽어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세금 삭감에서부터 ‘창조적 파괴’를 시작했다. 세금을 깎아 주면 투자와 저축이 늘어 경제성장이 촉진된다는 논리다. “정부에 해결책을 기대하지 말라”며 가난한 사람도 일을 해서 스스로의 복지를 찾으라고 했다.
▷레이거노믹스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레이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가 되기 전, 실현 가능성 없는 논리라며 ‘주술적 경제’라고 조롱했던 정책이었다. 그러나 ‘주술’은 서서히 위력을 발휘했다. 인플레와 실업률은 떨어지고 주식값이 상승했다. 시장경제의 승리였다. 정부는 ‘스타워즈’로 일컬어지는 국방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소련은 몰락했고 빌 클린턴 대통령 시대까지 경제 붐이 이어졌다.
▷레이거노믹스에 그늘이 없는 건 아니다. 의료 교육 환경 등 복지예산 축소로 빈부격차를 벌린 ‘탐욕의 10년’이라는 비판도 있다. 레이거노믹스를 본뜬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재정적자를 더 키워 세계경제를 위협한다는 공격도 받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경제’라는 레이건 대통령의 해법은 적확했다. 공급 위주든 그 반대든, 그 당시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는 건 리더의 필수 덕목이다. 숱한 공과를 남긴 고인이지만 미 국민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은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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