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과도정부 출범

  • 입력 2004년 6월 2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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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과도정부가 1일 출범했다. 과도정부는 6월 30일 미국으로부터 주권을 넘겨받아 2005년 1월 국민투표를 통해 임시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활동한다.

미국 등 연합군은 이날 과도정부의 출범을 '역사적인 일'로 평가하며 일제히 환영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과도정부 구성으로 이라크는 완전한 주권국가와 민주국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가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민주국가로 거듭나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과도정부의 한계=과도정부는 대통령과 총리, 주요 장관들을 종족별, 종파별, 성별로 고루 안배했다. 그러나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가 헤쳐 모인 '복사판'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핵심 요직인 대통령과 2명의 부통령, 총리 등 '빅 4' 가운데 쿠르드족 출신의 부통령인 로슈 샤와이스를 빼면 모두 IGC 출신이다. 샤와이스 부통령도 쿠르드민주당(KDP)이 IGC에 파견한 대표로 '빅 4'가 모두 IGC 출신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26개 부처 장관의 상당수도 IGC 출신이거나 관련된 인물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망명 생활을 해 인지도와 지지도가 낮다. 더구나 이라크 국민들 사이에서 미국의 점령정책을 뒷받침한 '꼭두각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니파 출신이지만 시아 쿠르드족의 지지지를 받는 가지 알 야와르 대통령 지명자의 역할이 중시되는 것도 이 때문. 미국과 UN이 생각하는 과도정부의 대통령은 형식적인 자리이지만 24년 동안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무소불위의 힘을 몸소 겪은 이라크인들이 느끼는 대통령의 무게는 다르다는 것.

▽갈등 해소가 급선무=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2일 과도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새로 임명된 장관들을 조율하는 작업'을 꼽았다. 과도정부 장관들이 크게 정치인과 부족지도자로 나눠진 데 이어 석유 전력 보건 교육장관 등은 기술 관료로 구성돼 이질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 부통령직과 국방 외교 등 요직을 차지하면서 주류세력의 반발도 예상된다. 과도정부 출범일인 1일 바그다드 시내의 쿠르드애국동맹(PUK) 사무실 부근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쿠르드족이 다수 살고 있는 키르쿠크 등 북부지방에서 최근 폭탄테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야와르 대통령도 이를 인식하고 "굳은 결의로 단일화된 이라크를 만들자"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2일 이라크 과도정부에 주권을 이양한 뒤 미군 지휘 아래 다국적군 주둔을 허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새 이라크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키로 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정확한 날짜를 정하진 않았으나 이라크의 새 헌법에 따라 총선이 이뤄진 뒤 다국적군이 철수한다는 내용도 명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군 등 다국적군은 이르면 2005년 12월이나 2006년 초 철수가 예상된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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