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부 ‘포로학대 책임론’ 술렁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44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 학대사건 파문 이후 미국 군부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 사건에 대한 자괴감으로 군부 지도층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군 관련 신문도 사기를 떨어뜨릴 내용을 보도하지 않던 관행과 달리 군 수뇌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상명하복 무너지나=포로 학대사건을 처음 보도한 미 주간지 뉴요커의 시모어 허시 기자에 따르면 일부 군 법무관들이 군 지도부의 눈을 피해 민간 변호사들에게 이라크 포로 학대 사실을 알렸다. 포로 학대 사건으로 ‘상명하복’의 원칙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허시 기자는 16일 CBS방송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군부 고위층 인사 다수가 포로 학대와 관련한 비리를 폭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밀라이 양민 학살을 최초로 보도해 197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이라크 포로 학대가 군 최고지도층의 승인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폭로기사를 쓰기도 했다.

허시 기자는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리스트로 출연한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린지 그램 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과 칼 레빈 상원의원(민주당·미시건)에게 “군부 고위층 중 상당수가 (조직적 학대 프로그램에 대해) 대단한 불만을 갖고 있다”며 “이들을 확실하게 보호해 준다면 상당수가 앞으로 나와 증언할 것이며 증언 내용은 당신들의 혼을 빼놓을 만큼 충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개 드는 내부비판=본토 및 해외주둔 미군들이 가장 즐겨 읽는 군사 주간지 아미 타임스는 17일자 사설에서 “아부그라이브 포로 학대사건은 군 일각의 실패가 아니라 군 최고지휘자들의 실패에서 기인했다”며 군 지휘부를 맹비난했다.

사설은 “(사태 수습을 위해)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면서 “전시에는 최고지도부를 해임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인책론을 제기했다. 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아미 타임스의 이 사설에 대해 주간지 뉴요커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발행부수 25만부의 아미 타임스는 민간이 발행하지만 퇴역 군인 상당수가 편집에 간여하고 있으며, 전 세계 미군들에게 배포된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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