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過政 완전장악” 안간힘

  • 입력 2004년 5월 17일 19시 06분


《지난 주말 미국의 조건부 철군 시사 발언이 나온 뒤로 미군과 이라크 저항세력의 전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반면 6월 30일 주권 이양을 앞두고 과도정부의 성격, 권한 등을 둘러싼 미국 정부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설전은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다 프랑스 러시아 등 서방 국가들도 과도정부의 구성과 성격에 대해 한마디씩 거들고 있어 ‘배가 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과도정부를 둘러싼 동상이몽=미국 주도의 연합군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가 가장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치안권을 누가 갖느냐는 것.

아메드 찰라비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은 16일 “군대와 경찰의 모집, 훈련, 배치, 작전 등 모든 면에서 과도정부가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라크 군대를 이라크 장교들이 지휘하게 되겠지만 연합군 사령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은 여전히 “이라크 정부가 경찰과 군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찰라비 위원은 “이라크 발전기금 역시 주권 이양과 동시에 과도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안권과 경제력을 동시에 장악해야 명실상부한 ‘주권 이양’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정부 구성에서도 미국과 이라크의 입장은 엇갈린다. 미국은 각료를 정치인 중심으로 구성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는 반면 과도통치위는 기술 관료들을 대거 포함시키겠다는 입장. 과도정부의 구성은 그동안 알려진 대로 대통령 1명, 부통령 2명, 장관 25명일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장관의 신정(神政) 허용 논란=이런 가운데 파월 장관이 16일 이란식 신정(神政) 체제도 수용하겠다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파월 장관은 이날 NBC TV ‘언론과의 만남’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회자가 “이란식 신정도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묻자 “이라크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는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일 뿐 미국의 본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신정 체제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 임시 헌법의 내용과도 배치되기 때문.

파월 장관 자신도 곧이어 “이라크 국민은 민주주의를 바라고 있다”고 말해 ‘이란식 신정’에 대한 자신의 답변이 엉뚱한 해석으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또 “이라크가 이슬람 신앙에 기초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라면서 “그러나 이라크 국민이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반응=14일 워싱턴에서는 열린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외무장관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던 프랑스 독일 러시아에 이라크 임시정부 승인과 재건활동에 적극 참여해 달라며 협조를 부탁했지만 이들 국가의 반응은 냉담했다.

프랑스와 러시아 캐나다 3개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전후 이라크 재건에는 참여하겠지만 앞으로도 결코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시의 요구를 일축했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은 이라크 점령을 멈춰야 한다”며 6월 30일 임시정부가 구성되는 대로 즉각 철군할 것을 요구했다.

반전 국가들은 또 이라크에 미국의 괴뢰정부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라면 미국을 돕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의 태도에 따라 새로운 유엔 결의문 채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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