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체첸대통령 누굴 세우나”

  • 입력 2004년 5월 16일 19시 00분


러시아가 체첸 정부의 차기 지도자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9일 피살된 아흐마트 카디로프 대통령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크렘린은 카디로프 대통령의 아들 람잔 카디로프 제1부총리(27·사진)를 후계자로 점찍었다. 카디로프 일가는 러시아에 충성을 다해 왔고, 5000여명의 친(親)러시아 민병대를 이끄는 카디로프 부총리는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부터 사실상의 2인자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카디로프 대통령이 살해되자 즉각 카디로프 부총리를 크렘린으로 불러 위로하며 두터운 신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크렘린은 뒤늦게 그가 너무 젊어 체첸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자격(30세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비록 ‘요식 행위’이기는 하지만 9월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법적으로 출마 자체가 어렵다는 것.

크렘린은 체첸 헌법을 고쳐 피선거권을 25세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국내외의 거센 비난이 예상돼 포기했다. 결국 카디로프 부총리는 1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크렘린은 명목상의 대통령을 내세우고 카디로프 부총리에게 실권을 주는 방안이나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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