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아프간 재건에 경영감각 필수”

  • 입력 2004년 5월 5일 19시 00분


‘사관(士官)과 석사’

미국에서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생도와 경영학석사(MBA)의 융화가 시도되고 있다.

웨스트포인트는 미국 MBA 상위 10위권에 드는 듀크 대학의 후쿠아(Fuqua) 경영대학원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올 가을학기부터 초임 소위 2명이 후쿠아 2년 과정을 일반 학생의 절반 학비인 연간 1만6000달러로 이수할 수 있게 된다.

MBA를 획득한 생도는 웨스트포인트로 복귀해 2∼3년간 후배 생도들에게 경영대학원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MBA 생도는 경영대학원 수업일수 1일마다 3일의 복무기간이 늘어나 전체적으로 4∼5년 더 근무해야 한다.

그동안 FT는 미 육군이나 국방부가 대학과 교류하는 일은 있었지만 최상위권 경영대학원과 제휴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웨스트포인트가 전략적 제휴협정까지 맺으며 사관과 MBA의 결합을 시도하는 것은 새로운 전쟁 양상 때문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활동하려면 통솔력 외에 경영감각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는 것.

후쿠아 MBA인 마이크 매켈로스 소령은 “이라크와 아프간에 파견된 젊은 장교들은 경제시스템을 재건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경영 훈련을 받지 않으면 대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영대학원 과정은 지휘관의 주요 임무인 부대 자금관리 등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의사 결정과 토론 능력을 길러줘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에서 자신의 주장을 조리 있게 정리해 상급자를 설득하는 능력도 갖추게 한다.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킨 후쿠아 MBA 출신의 에버릿 스페인 소령은 “미 육군은 이미 내린 결정이라도 지휘관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토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BA 지휘관들은 전역한 뒤 사회 진출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후쿠아 경영대학원 리즈 라일리 입학처장은 “웨스트포인트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입학해 일반 학생들에게 뛰어난 통솔력과 지도력을 보여주는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윈-윈’ 제휴라는 것이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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