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핵 폭로’ 바누누, 또 입 열까?

  • 입력 2004년 4월 20일 15시 54분


1986년 이스라엘의 핵개발 기밀 누설로 반역 혐의로 체포돼 18년간 복역한 원자력 기술자 모데차이 바누누(49)가 21일 출소할 예정이어서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는 86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미인계에 넘어가 이탈리아에서 납치됐다.

특히 최근 그가 '이스라엘 원자로는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파괴돼야 한다'고 밝힌 심문 내용이 19일 이스라엘 언론에 보도됐다. 그는 또 "유태국가는 존재해선 안 된다" "유태교는 후진적 종교다"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은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가 자국의 핵개발 내용을 추가 폭로하거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까 우려하고 있다. 86년 그가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이스라엘 원자로 사진 등을 제공한 결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100~2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게 됐다. 이스라엘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핵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단 이스라엘 국방부는 그에게 보호관찰 조치를 내렸다. 거주지와 이동 상황을 사전 신고하고 외국인과 접촉할 수 없으며 1년간 해외로 갈 수 없도록 했다. 마침 그의 발언이 보도된 19일은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 기념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바누누씨는 이스라엘 정부의 조치가 가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 핵개발에 관해 더 아는 사실도 없고 복역기간 중 핵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떠나 출생지인 모로코에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복역기간 중 가족으로부터 의절 당한데다 조국으로부터는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심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줄 몰랐다는 그는 현재 기독교로 개종했고 미국 수양부모와 인권단체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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