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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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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편협성=세계적 역사학자인 니알 퍼거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고문(11일)에서 “미국의 이라크전 실패는 ‘필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신보수주의’ 등 거대 이론만을 앞세우고 미국의 역사, 특히 근세사에서 얻은 짧은 경험만을 토대로 정책을 세우는 오류를 범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1900년대 초 영국이 이라크 점령에 실패한 교훈을 미국이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을 사례로 제시했다. 1917년 바그다드를 점령한 영국군은 현재의 미군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점령자가 아니라 해방자로서 이곳에 왔다”고 주장했지만 이라크 전역에서 일어난 무장봉기에 직면했다.
20년 영국이 국제연맹으로부터 이라크 위임통치령을 얻어내자마자 바그다드 이슬람 사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반영시위는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를 거쳐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됐다. 영국의 예상과 달리 수니, 시아파는 물론 쿠르드족까지 단결해 무장투쟁을 벌였고 피살된 영국군은 어김없이 시신이 훼손당했다.
퍼거슨 교수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조차 이라크를 ‘미국의 또 다른 베트남’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세계사에서 예외적인 미국의 역사 속에서만 교훈을 찾는 편협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연성 부족한 외교전략=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보(국제안보담당)를 지냈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원장은 부시 행정부가 다른 나라를 강압하는 ‘하드 파워(채찍)’만을 행사,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 파워(당근)란 강압이 아닌 설득과 협력을 추구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미국은 군사적으로 최강국이지만 국제사회의 협력 없이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성공할 수 없고 따라서 ‘소프트 파워’를 행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 교수는 베트남전 때 미국은 오류를 범하고도 ‘소련’이라는 공통의 적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재신임을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각국과의 교류 및 방송 프로그램 등 민간외교를 소홀히 했으며 세계적으로 반미감정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 교수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이슬람 세계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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