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확산]연합국 민간인도 ‘反美볼모’

  • 입력 2004년 4월 7일 0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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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반미 저항’ 양상과 대상이 최근 ‘무차별’로 확산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체제 붕괴 이후 지하로 숨어들었던 저항세력의 ‘간헐적 테러’ 양상에서 최근에는 수니파와 강경 시아파 등 종교지도부가 주도하는 ‘민중봉기’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공격 대상도 미군과 연합군에서 외국 민간인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초만 해도 이라크 점령 미군의 고민은 알 카에다가 배후에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자살폭탄 테러였다. 키르쿠크, 바그다드 등에서 주로 경찰서를 노린 이 테러는 이라크 내부의 치안을 약화시키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보안이 철저한 미군부대를 직접 노리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보안이 허술한 이라크 경찰서에 폭탄차량을 몰고 돌진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바그다드 시내 호텔이 테러의 목표가 되면서 외국인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중순부터 저항세력들의 공격은 이라크 내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그린 존’에 집중됐다. 그린 존은 바그다드 내 연합군사령부와 임시행정처, 외국 기자 등이 머물고 있는 지역. 17일에는 그린 존 내 마운트레바논호텔에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30여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부터 급진 시아파와 수니파가 바그다드, 팔루자 등지에서 대규모 반미 항쟁에 나서면서 ‘지하세력’과는 별개의 반미세력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팔루자의 수니파는 미국 민간인을 상대로 ‘엽기적인’ 시신 훼손까지 자행하며 강력한 반미투쟁에 나섰고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과격 시아파도 미국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특히 과격 시아파는 무장 민병대를 조직해 민중봉기 수준까지 반미 항쟁의 수위를 끌어올려 이라크를 내전 위기까지 몰고 갔다. 알사드르의 추종세력은 6일 한국인 인권활동가까지 납치해 저항 대상을 미군에서 사실상 ‘연합국 민간인’까지로 넓힌 것으로 보인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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