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자질부족론' 다시 수면 위로

  • 입력 2004년 4월 5일 14시 53분


"부시 대통령은 명문 예일대를 나온 사람이다. 그를 무능하고 의존적인 지도자라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미 행정부의 한 인사는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이 화두에 오르자 흥분된 어조로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예상치 못했던 민감한 반응이었다.

백악관 내부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한 소식통에게도 부시 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언급한 적이 있다.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다면 마치 학생과 선생님간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겠나."

직답을 회피했지만 그는 상당히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며 그 같은 시각에 힘을 실어줬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뒤.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대(對)테러담당 보좌관의 폭로를 계기로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부시 대통령의 '자질 부족론'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체니 부통령과 9.11 조사위원회에 추석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악관의 실세가 '대통령이냐 참모들이냐'에 대한 물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미 하원 민주당 대표는 2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9.11 조사위원회에 출석하는 것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의 손을 잡지 않고서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대통령 자신에게 창피한 일"이라고 신랄히 비난 했다.

한 걸음 더 나가 뉴스위크 칼럼리스트 엘리놀 클리프트는 2일 인터넷 칼럼을 통해 "아무도 체니 부통령이 공동 대통령(Co-President), 더 나아가 부시 대통령이 체니 부통령의 꼭두각시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우 이란 컨트라 사건 때도 혼자 출석했을 뿐만 아니라 비디오 녹화까지 허용했다"고 맹공 했다.

대통령의 '외교안보 가정교사'로까지 불려온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의 역량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타임, 뉴욕타임스 등은 연일 라이스 보좌관에 대한 관련 분석 기사를 게재하며 중동 및 테러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었던 그가 9.11직전까지 테러리즘을 간과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주말을 부시 대통령 부부와 언제나 함께 보낼 만큼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그는 훌륭한 대통령의 친구일지는 몰라도 행정부 내 대립적인 시각들을 융화시켜야 하는 안보보좌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는 것.

워싱턴 포스트도 라이스 보좌관은 9.11 테러 발생 이틀 전 NBC의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 "정부는 이처럼 긴급한 위협을 다루는데 진지하게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 탄도미사일은 지금 세계 곳곳에 널려있다"고 말하는 등 핵심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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