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그다드는 ‘루머의 천국’

  • 입력 2004년 3월 24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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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바그다드는 '루머의 천국'. 미군이 민심 파악을 위해 루머 수집반을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인 정보분석가 6명과 아랍계 미국인 통역 2명, 의사 또는 교수 출신 등 이라크인 11명으로 구성된 루머팀은 매일 현지 신문과 위성TV의 보도내용을 하나하나 챙겨보고 바그다드 거리에 은밀히 나도는 루머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3일 소개했다.

이들은 매주 한차례 '바그다드 모스키토'라는 정보지를 작성해 e메일로 군 수뇌부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보고하며 군의 비밀 웹사이트에도 게시하고 있다.

미군은 '루머야말로 여간해선 죽지 않는 적군'이라는 인식에 따라 작년 가을 이 팀을 창설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폭압정치와 전쟁, 외국군 주둔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이라크인들은 가까운 이웃끼리 주고받는 귀엣말 이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으려한다. 때문에 이들 사이에 떠도는 루머를 알아야 민심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이들이 수집한 루머 중에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택시를 타고 도망다닌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실제로 작년 12월 후세인이 미군에 체포됐을 때 주변엔 택시 한대가 주차돼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라크 주둔 미군 사상자가 너무 많아지자 지휘관들이 시체를 이라크 강에 버린다더라'는 식의 루머도 계속되고 있다. 이 루머는 한동안 인터넷에서도 떠돌았던 내용이라고 미군측은 밝히고 있다.

최근 수집된 루머 중에는 '이라크의 전 집권당 바트당이 런던에서 비밀 망명 본부를 운영중이며 6월말 이전에 대대적인 테러를 계획 중'이라는 식의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 내용도 있고 '이라크인 대부분이 앞으로 내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등 민심동향을 짚어주는 내용도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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