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테러 우린 괜찮나” 지구촌 불안

  • 입력 2004년 3월 1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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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 연쇄 열차 폭탄테러로 전 세계에 테러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 영국 등은 9·11테러 이후 비행기와 공항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한 반면 기차나 지하철 등 육상운송수단에 대한 보안은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상한 가방이나 배낭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고 차에서 내리라’는 승객 수칙까지 각국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

▽기차역 등 경계 강화=미국은 기차와 지하철 버스 노선이 집중된 북동부 지역의 경계수위를 높였다. 뉴욕 워싱턴 보스턴 필라델피아 시카고 등이 주 대상. 뉴욕 지하철에는 폭발물 탐지견을 투입했고 선로를 일제 검색했으며 교량과 터널에 대한 전자 감시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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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철도 보안을 위한 5억달러(약 5865억원) 지출안을 냈다. 9·11테러 이후 항공 안전에는 수십억달러가 투입된 반면 철도 부문에는 1억1500만달러(약 1349억원) 정도만 배당됐기 때문.

미국은 최근 알카에다가 성명을 통해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 준비가 90% 끝났다는 기쁜 소식을 전 세계 무슬림에게 보낸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랑스는 군병력 500명을 주요 환승역, 특히 파리∼리옹, 파리∼마르세유 구간의 고속철도역에 투입했다. 프랑스는 열차 및 지하철에서 폭탄테러 못지않게 독가스와 같은 생화학물질 투입을 우려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한 독일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동향에 대한 집중 감시에 나섰다. 터키는 철도 검문을 강화했고 아테네올림픽 주최국인 그리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지원을 요청했다.

최근 두 차례 열차 폭탄테러를 당한 러시아도 관련 정보가 담긴 소형 컴퓨터를 휴대한 경찰이 철도와 지하철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열차는 테러 무방비 지대=전문가들은 열차 테러를 사전에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열차의 선로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정차역도 비행기나 버스에 비해 훨씬 많다. 게다가 유럽은 국가간에 선로가 이어져 있어 모든 선로와 정차역을 감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럽에서는 파리∼런던간 유로스타 고속열차 정도만 금속탐지기를 사용할 뿐 런던의 지하철, 프랑스의 TGV, 나머지 국가의 대부분 열차는 테러 검색장치가 거의 전무한 상태다.

반면 유럽의 지하철과 교외선, 기차 이용객은 하루 4800만명에 이른다. 미국은 하루 400만명이 이용한다. 따라서 승객과 짐을 일일이 검사할 수 없다.

▽스페인 테러, 알카에다 연루 뚜렷해져=스페인 당국은 14일 알카에다가 마드리드 연쇄 폭탄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한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했다.

이 테이프에서 알카에다 유럽지부 대변인을 자처한 남자는 “마드리드 테러는 우리가 일으켰음을 밝힌다”며 “이는 범죄자 부시와 동맹국에 스페인이 협력한 대가”라고 말했다. 이 남자는 “신의 뜻에 따라 추가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당국은 테러 배후로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 ETA를 지목했지만 용의자로 체포된 모로코인 3명과 힌두계 주민 2명도 ETA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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