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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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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25일 1면에 편지 한 통을 소개했다.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가 르몽드에 보내온 편지였다.
“국장께서 기자들이 그런 제목의 기사를 쓰도록 한 것은 유감이다.”
편지는 전날 르몽드의 1면 머리기사를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르몽드는 24일 ‘라파랭과 문화계, 결별하다’라는 제목으로 “라파랭 정부와 문화계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문화예산부터 손대고 있다”며 “라파랭 총리는 ‘문화예산 삭감은 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며, 결국 프랑스 문화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문화예술 근로자들의 실업수당을 삭감한 데 대해서도 문화계의 불만과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라파랭 총리는 “18년 동안 나의 지방정치 무대였던 푸아투샤랑트는 르몽드의 지방별 문화투자 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했지만 재정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문화투자와 재정안정은 양립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문화정책에 항의하는 문화예술 종사자의 파업과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의 파업 때문에 유럽 최대 연극제인 아비뇽 축제가 무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문화계 지식인 등이 정부에 ‘반(反)지성 정책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으며, 르몽드도 우파 정부의 문화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라파랭 총리의 편지는 시종 정중했다. 그 편지를 1면에 실은 르몽드의 성숙함도 돋보였다. 걸핏하면 소송과 감정대립으로 얼룩지는 한국의 정치와 언론의 관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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