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반군 독립국 선포 ‘피의 內戰’

  • 입력 2004년 2월 2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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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의 유혈 소요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이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아이티 북부지역을 장악한 반군은 20일 독립공화국 설립을 선포해 아이티 사태가 본격적인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 중재 실패=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미국 등 중재국이 제안한 평화안을 21일 대부분 수용했다. 그러나 야당은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하야를 먼저 요구하며 거부했다.

중재국 대변인인 프레드 미첼 바하마 외무장관은 22일 “아이티 야당으로부터 중재안에 대한 아무런 답변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첼 장관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및 미주기구(OAS), 카리브공동체(Caricom) 등 중재국을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야당측이 중재국의 최후 통첩일인 23일까지 답변을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재국들은 아이티 사태 해결을 위해 21일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남은 임기(2006년 2월까지)를 보장하되 △여야가 수긍할 새 내각을 구성하고 △국제사회 감시 아래 새로운 총선을 실시하며 △북부지역을 장악한 반정부 세력을 무장 해제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평화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중재안을 전폭 수용한다”면서 임기 중 하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테러리스트와는 협력할 수 없다”며 반정부 세력의 우선 무장 해제를 강조했다.

반면 야당과 반정부 세력은 대통령이 먼저 하야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 로스몬드 프라델은 “대통령 하야가 전제되지 않으면 평화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정부 세력 내 노동계, 경제계, 학계를 대표하는 ‘184 그룹’도 “폭력사태의 직접적 책임은 아리스티드 대통령에게 있다”며 “그가 반대파들을 위협하기 위해 ‘친정부 폭도’에게 무기를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브레이크 없는 유혈사태=북부지역을 장악한 무장 반군과 반정부 세력이 커지면서 친정부 세력과 무력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CNN 방송은 20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총과 칼, 새총 등으로 무장한 친정부 세력이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학생 시위대를 공격해 20명이 다쳤으며, 이 중 9명은 중태라고 보도했다.

제2의 도시 카프아이시앵에서는 21일 라디오 방송국 사장이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다.

북부지역을 장악한 반군들은 이날 독립을 선언하고 ‘아르티보니테 독립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현지 방송은 반군 지도자 뷔퇴르 메타이에가 대통령으로 지명됐다고 전했다. 반군은 아이티 9개 지역 중 4개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2주일 전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무장세력이 봉기한 이후 지금까지 양측의 충돌로 최소 57명이 사망했다. 아이티는 2000년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승리한 이후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돼 왔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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