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보트피플’ 중남미 긴장…무장봉기 확산

  • 입력 2004년 2월 16일 18시 24분


카리브해의 소국 아이티에서 발원한 ‘보트피플 허리케인’이 중남미를 강타하고 있다.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무장 세력의 봉기로 소요사태가 이어지면서 배를 타고 인근 자메이카 등지로 밀입국하는 아이티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 AP통신은 14일 자메이카 당국이 해안에 상륙한 10명의 아이티인들을 억류하고 있으며 이 수는 점차 증가추세라고 보도했다. 15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격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반정부 세력은 이미 북서부 11개 도시를 장악했으며, 이로 인해 인구 20만의 아이티 제4의 도시 고나이브에서는 수천명이 도시를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아이티인들이 미국 해안에 상륙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반정부 세력이 정부군과 대치하면서 식량과 연료 공급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 이로 인해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이 2배로 뛰어오르면서 아이티인들이 곤경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반정부 세력은 현 정부가 2000년 의회선거에서 부정선거를 저질렀고 경제정책도 실패했다며 5일부터 무장봉기했다. 규모는 현재 5000여명 이하 수준이지만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 양측에서 이미 50여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번 소요사태에 미국은 관망하는 자세다. 94년 쿠데타로 3만여명의 보트피플이 발생하자 즉각 2만여명의 미군을 파병, 군부세력을 제거했던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94년과는 달리 미군 개입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최대 5만명의 난민들을 관타나모 만 미군기지에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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