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들 월급 26만원에 목숨 건다

  • 입력 2004년 2월 12일 19시 04분


최근 발생한 이라크 내 폭탄테러는 주로 경찰서와 군 시설을 타깃으로 한 것이었다. 12일 바그다드 시내 군인 모병센터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현장에는 200여명의 민간인들이 지원서를 내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희생자가 47명이나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11일 이스칸다리야 경찰서 폭발 사건 희생자 55명도 대부분 경찰 지망자들이었다.

요즘 이라크에서 군인이나 경찰관이 된다는 것은 결국 ‘테러 타깃’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 하지만 영국의 더 타임스는 12일 인터넷 판에서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군경에 지원하는 이라크인의 수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이라크에서 경찰이나 군인만큼 ‘보장된’ 직업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

지금 이라크에서 직업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해 의대를 졸업한 아바스는 병원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군대에 지원하게 됐다. 12일 테러로 부상한 그는 “위험한 줄 알고는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몸이 나아지면 다시 모병소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군경에 지원하는 이라크인의 상당수는 미군에 의해 강제 해산된 전직 군인들. 10개월가량 직업을 갖지 못한 그들에게 120파운드(약 26만원)의 월급은 생명의 위협을 감수할 만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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