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위험하지만 월봉 '120파운드'에 솔깃

  • 입력 2004년 2월 12일 14시 56분


최근 발생한 이라크 내 폭탄 테러는 주로 경찰서와 군 시설을 타깃으로 한 탓에 이라크 경찰 및 군 지원자들의 피해가 컸다. 12일 바그다드 시내 이라크 군 모병센터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현장에는 200여명의 이라크 민간인들이 군에 지원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상태여서 47명의 희생자를 냈다. 11일 이스칸다리야 경찰서 폭발 사건에서도 희생자 55명은 대부분 경찰 지원서를 넣기 위해 기다리던 민간인들이었다.

요즘 이라크에서 군인이나 경찰관이 된다는 것은 결국 '테러 타깃'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 하지만 영국의 더 타임스는 12일 인터넷 판에서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군경에 지원하는 이라크인의 수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이라크에서 경찰이나 군인만큼 '보장된' 직업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

현재 이라크에서 직업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해 의대를 졸업한 아바스라는 이라크인은 병원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군대에 지원하게 됐다. 12일 테러에서 부상당한 그는 "위험한 줄 알고는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몸이 나아지면 다시 모병소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군경에 지원하는 이라크인은 상당수가 미군에 의해 강제 해산된 전 이라크군 출신들이다. 10개월가량 직업을 갖지 못한 그들에게 월봉 120파운드는 생명의 위협을 감수할 만한 의미가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그들을 군대로 이끈다. 사바스라는 전직 이라크 군 병사는 "나는 미군이 빨리 철수하기를 원하지만, 이라크 인 군대가 없으면 그들을 내보낼 수 없다"고 군대 지원 이유를 밝혔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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