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쌍둥이적자, 세계경제에 지뢰 될 수도

  • 입력 2004년 1월 27일 16시 25분


미국의 올해 연방 재정적자가 477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보다도 1000억 달러 많은 수치다. 지난해 무역적자도 4900억 달러로 추정된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세계 경제에 지뢰가 될지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눈 덩이 적자=미 의회예산국(CBO)은 2004 회계연도(2003년10월~2004년9월) 미 연방 재정 적자가 4770억 달러로 전망된다고 26일 밝혔다. 또 향후 10년간 재정적자 총액은 2조3800억 달러로 내다봤다. CBO가 지난해 8월 추산한 액수보다 약1조 달러나 많은 것이다.

CBO는 "지난해 의회에서 승인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복구 관련 비용 875억 달러와 메디케어(노인의료보장) 법안 시행에 따른 신규 비용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연방 재정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연속 4년 흑자를 기록했으나 2002년 적자로 반전됐고, 지난해 적자규모는 3742억 달러였다.

한편 미 상무부는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를 약4900억 달러로 추산했다. 미 무역수지는 80년대 이래 줄곧 적자였으나 1997년 1070억 달러, 2000년 3754억 달러, 2002년 4180억 달러 등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쌍둥이 적자가 세계 경제의 위험=스노 미 재무장관은 26일 "국내총생산(GDP)의 4.5% 수준인 현 재정적자 규모는 6%대까지 치솟았던 1980년대에 비해 '역사적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5년 내 적자 규모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초 "쌍둥이 적자가 달러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25일 폐막된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다보스 포럼)에서도 쌍둥이 적자의 위험성이 도마에 올랐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표시 자산 가치도 낮아진다.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가면 미국 자산 시장과 금융시장이 교란될 우려가 있다.

또 미국은 외국에 빚을 내 적자를 유지해나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다른 나라 금리가 높아지면 각국은 투자가 줄어드는 등 경기 위축을 겪게 된다.

한편 미국이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각국은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된다. 1980년대의 쌍둥이 적자 시절에는 미국 외에도 독일 등 유럽과 일본이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올해 성장률이 2% 미만일 것으로 보이고, 중국은 고성장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경제규모가 작다. 미국이 적자를 감수해가며 각국의 수출을 흡수해주지 않으면 이를 대신할 나라가 없는 셈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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