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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15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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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13일 미국의 장기이식 전문병원인 미네소타 소재 메이요클리닉 연구팀이 사람과 돼지의 세포가 융합된 '신종 세포'를 살아있는 돼지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람의 세포를 가진 키메라 동물은 여러 차례 보고됐지만 '반인반수' 세포가 생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이요클리닉 연구진은 돼지의 태아(fetus)에 사람 성인의 혈액 줄기세포를 넣은 후, 태어난 돼지의 혈액과 장기를 검사했다. 사람의 줄기세포가 신체 곳곳으로 잘 분화되는지 확인하는 한편 분화된 세포를 돼지로부터 대량으로 얻기 위해서다. 이 세포를 장기가 손상된 환자에게 이식해 난치병을 치료하려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돼지세포와 사람세포가 융합된 키메라세포가 발견됐으며 유전자 역시 섞여 있었던 것.
또 연구팀은 일반 돼지의 유전자에 삽입돼 있는 레트로바이러스(PERV)가 키메라세포의 유전자에서도 존재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바이러스는 돼지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인체에서는 치명적으로 작용할지 몰라 장기이식 관련 연구자들의 골칫거리였다.
이번 연구는 난치병 치료에 필요한 세포를 동물 몸에서 분화시키는 일에 큰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사람 세포가 많이 포함된 동물의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는 일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연구팀의 제프레이 플랫 박사는 "이번 연구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원숭이에게서 전염됐다는 주장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즈 바이러스를 보유한 원숭이가 사람을 물었을 때 원숭이 줄기세포가 사람 줄기세포와 융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두 종류의 유전자가 섞여 새로운 배열을 이룰 때 원숭이 바이러스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입장도 존재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네바다대 에스마일 잔자니 박사가 양의 몸에서 사람의 간(肝) 세포를 자라게 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그는 이번 연구에 대해 "키메라 세포의 수가 드물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훈기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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