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시라크-사르코지 인정사정 없는 동거”…‘右-右갈등’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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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벌써 세 번의 좌우 ‘동거(Cohabitation) 정부’를 거쳤다. 지금은 발표되지 않은 네 번째 동거정부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9일 ‘시라크와 사르코지, 인정사정없는 동거’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프랑스는 현재 중도우파인 대중운동연합(UMP)이 대통령과 내각, 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좌파 대통령과 우파 총리, 우파 대통령과 좌파 총리가 대립했던 과거의 동거정부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크 시라크 대통령(71)과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48)의 숨은 권력다툼으로 동거정부 때 못지않은 ‘우-우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

사르코지 장관은 지난해 5월 재선에 성공한 시라크 대통령의 ‘히든카드’였다. 좌파 집권 시절의 사회불안을 우려하는 국민적 분위기 속에 집권한 시라크 대통령은 우파 내 강경파인 사르코지를 내무장관에 기용했다.

사르코지 장관은 시라크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해 범죄단속 강화, 치안예산 증액 등 각종 치안대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그 결과 범죄율이 감소했다. 문제는 사르코지 장관이 너무 잘했다는 점이다.

최근 사르코지 장관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60%를 상회한다. 프랑스 정치인 중 가장 높다. 50%를 턱걸이하는 시라크 대통령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르코지 장관은 지난해부터 노골적으로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아침 면도할 때마다 대통령이 되는 상상을 하느냐”는 질문에 “면도 때뿐이 아니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프랑스도 미국처럼 재선까지만 허용해야 한다”며 3선을 노리는 시라크 대통령을 압박했다. 심지어 자신의 측근에게 “시라크 대통령은 나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시라크 대통령 주변에서는 사르코지 장관에 대해 “각료가 너무 정치적”이라는 비난과 함께 “호랑이를 키웠다”는 후회가 나오고 있다. 사르코지 장관이 이민자와 소수민족 우대를 골자로 하는 ‘긍정적 차별론’을 내세우자 시라크 대통령은 “평등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정치전통과 맞지 않는다”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패기의 사르코지 장관과 노회한 시라크 대통령의 물밑 권력투쟁이 새해 벽두부터 파리 정가를 달구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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