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권력형축재’ 시끌…상원 세출위원장 비리 폭로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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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세출위원장 테드 스티븐스 의원(80·공화당·알래스카·사진)이 권한을 이용해 축재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연간 8000억달러(약 950조원)에 이르는 미 연방 정부예산 지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LA 타임스는 17일 “스티븐스 의원은 친척과 지인들이 운영하는 기업이 정부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를 받아 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국방부 예산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기업인이 군사시설 건설 계약을 따내도록 도왔다. 이 기업인은 스티븐스 의원이 유망한 부동산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놨고, 이때 투자금 5만달러는 6년 뒤 75만달러로 불어났다.

알래스카의 또 다른 기업은 스티븐스 의원의 입김 행사로 수백만달러짜리 국방 계약을 수주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 회사는 스티븐스 의원과 지인이 공동 소유한 건물에 연 600만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입주해 있다.

스티븐스 의원은 LA 타임스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모든 의사 결정은 알래스카를 위해 내린 것”이라며 자신이 투자한 벤처기업이나 부동산 거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각종 이권 개입에는 스티븐스 의원의 처남인 윌리엄 비트너가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폭로했다. 스티븐스 의원이 주도한 예산 지출의 상당 부분이 비트너씨의 고객사들에 흘러들어갔다는 것.

스티븐스 의원은 20여년간 상원 국방지출 소위원회 위원장과 전체 연방 예결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 신문은 스티븐스 의원의 축재 과정은 알래스카주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알래스카 땅의 60%를 소유하고 있는 연방정부가 알래스카주의 핵심 산업인 석유 가스 어업 목재 관광업 등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기 때문.

스티븐스 의원은 68년 상원의원이 된 이래 토착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어부들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 등을 이끌어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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