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국적문제 이러지도…저러지도…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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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포의 ‘국적 회복’ 문제가 논란을 빚으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강제 추방을 피하려는 중국 동포 5000명은 집단으로 국적회복을 신청하면서 자신들이 국적 회복 절차에서 다른 지역의 동포나 외국인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마찰과 노동시장 교란 등에 대한 우려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9일 강제 추방을 피해 노숙하던 중국 동포가 서울 도심에서 동사하는가 하면 국적 회복을 신청한 중국 동포들이 중국으로 돌아간 뒤 공안당국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국적 회복의 장벽=중국 동포들은 정부의 차별적인 정책으로 재미 재일 동포 등과 달리 국적 취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법무부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9년 10월 1일 이전에 태어난 중국 동포는 국적회복 대상, 그 이후 태어난 동포는 법적 외국인인 귀화 대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동포는 한국에서만 국적회복을 신청할 수 있다. 이 점이 재외공관에서도 국적회복 신청을 할 수 있는 재미 재일 동포와 크게 다르다. 또 중국 동포는 다른 재외 동포와 달리 본 심사 이전에 사전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태어난 중국 동포는 국적법상 ‘간이 귀화’ 대상에 해당된다. 간이귀화는 일반귀화에 비해 귀화 절차가 간단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3년 이상 한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한 사람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친척 방문 목적으로 90일 만기인 단기체류비자로 입국하고 있는 대부분의 중국 동포는 귀화자격조차 얻기 힘들다. 실제 국적을 취득한 중국 동포 대다수는 한국인과 결혼한 뒤 2년이 지나 귀화 허가를 받은 여성들이다.

‘3000만원 이상의 예금잔액증명이나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는 등 국내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국적법 시행규칙 3조4항도 귀화를 막는 차별 조항이다.

또 국적법 시행규칙 제3조에 따라 간이귀화 대상자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호적 등본이나 족보 등 부모가 한국인이었음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전쟁통에 유실된 기록이 많다. 북한 지역 출신 중국 동포들이 귀화용 서류를 갖추기란 불가능하다.

중국 동포들은 “우리는 스스로 한국 국적을 버린 적이 없다”면서 “외국인인 화교도 영주권을 얻어 잘사는데 우리는 화교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딜레마=정부는 중국 동포 국적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여기고 있다.

중국 동포 200만명에게 국적을 준다면 이들은 중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 불가피하다. 또 국적을 취득한 중국 동포들이 한꺼번에 입국하면 생계형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겨 노동시장 교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유길상(柳吉相)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동포들이 우리나라에 대거 입국하면 건설업과 서비스업 등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잠식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문화춘(文化春) 조사3과장은 “국적 신청을 한 중국 동포에게 국적을 준다면 수십만명의 중국 동포들이 한국으로 달려올 것”이라며 “중국 동포 국적문제를 정서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영준(權泳俊)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업종에 언어가 통하고 좋은 교육을 받은 중국 동포들이 오는 것은 오히려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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