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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3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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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사정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실리콘밸리의 전체적인 일자리 수는 늘고 있다, 그러나 유독 IT분야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이 있는 샌타클래라 지역의 경우 지난달 총 일자리 수는 86만 5800개로 9월에 비해 2500여개가 증가했다. 그러나 늘어난 분야는 교육, 의료, 공공사업이며 IT분야는 오히려 7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전자협회(AEA)에 따르면 지난해 54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미국 IT산업은 올해에도 23만 4000여개의 일자리가 추가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업종 호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IT분야 취업이 어려운 것은 기업들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중국, 인도 등지로부터 아웃소싱(외주)하고 있기 때문. 시장 조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2005년까지 미국 IT분야 일자리 60만개가 외국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실리콘밸리에서 직장을 구한다고 해도 마음 놓을 일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을 교육 연수 등의 목적으로 아웃소싱 지역으로 내보내고 있다.
실리콘밸리 취업난의 또 다른 원인은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2000년 IT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든 후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적은 인원으로 최대의 생산성을 올리는데 익숙해졌다.
인텔은 올 3·4분기(7∼9월)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인텔은 내년 단 300명의 직원만을 새로 뽑을 것이라고 발표해 구직자들을 실망시켰다.
시스코시스템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이번 3·4분기에 5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린 시스코는 오히려 직원을 259명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원 한 명당 매출액을 2·4분기(4∼6월) 54만5000달러에서 이번 분기 59만4000달러로 끌어올린 시스코는 70만달러가 될 때까지 신규 채용을 자제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경제연구센터 스티븐 레비 수석연구원은 “실리콘밸리 취업시장이 1990년대 말 호황 수준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하지 말라”면서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직원 선발 과정도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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