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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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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개헌 분위기=개헌은 당초 자민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선거공약이었다. 창당 50주년인 2005년까지 개헌안을 확정하겠다는 것.
그러나 개헌지지 세력은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에서도 크게 늘어났다. 이번 선거에서 177석을 차지한 민주당 당선자 4명 중 1명은 개헌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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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上>양당구도 정착 |
아사히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전체 당선자 480명 가운데 70% 정도가 개헌 찬성 입장이었다.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의원이 193명(40.2%), ‘개정하는 편이 좋다’는 의원이 141명(29.4%)으로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재적의원(3분의 2 이상)을 넘어섰다.
선거 직전 민주당과 손잡은 자유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당수도 일찍부터 개헌을 주장해 왔다.
반면 평화헌법을 지키자며 호헌론을 내세운 사회당과 공산당은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다. 정계뿐만 아니라 일본사회 전체의 ‘보수 단일화 구도’가 확연히 드러난 셈이다. 여야가 모두 보수 우경화 흐름을 타면서 군사대국화를 가로막는 현행 헌법을 바꾸려는 논의는 앞으로 봇물처럼 터질 가능성이 크다.
개헌은 ‘평화헌법’의 중추인 군대 보유 금지와 집단적 자위권 보유 금지 조항을 고치는 것이 골자. 이렇게 되면 동북아 주둔 미군의 재배치와 맞물려 일본은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꾸고 대외 군사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핵무장론도 고개=개헌론과 함께 핵무장론이 정계에 공공연히 대두된 것도 총선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인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핵무장론이 금기시돼 왔다. 그러나 중의원 의원 당선자를 대상으로 한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국제정세에 따라 일본의 핵무장을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답한 사람이 17%에 이르렀다. 자민당 소속 의원 중 핵무장 지지론자는 26%였으며 민주당도 10%였다.
물론 당장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지는 않고 선택 가능한 정책의 하나로 핵무장을 지지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도 핵무장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우려할 만한 일이다.
핵무장론의 배경에는 북한의 핵개발과 대포동 미사일을 연결지어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 자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북핵 위기론’이 있다.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주독립을 하려면 독자적 방위능력, 특히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대국(大國)주의’도 깔려 있다.
일본의 핵 보유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적대적으로 바꾸어 놓을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불황으로 커진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보수 정치인들이 핵무장론을 들먹일 가능성은 크다. 개헌론자이면서 핵무장 지지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이 이번 선거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함께 자민당의 ‘얼굴’로 활약한 것은 그런 가능성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대외정책에도 변화가=일본사회의 보수 우경화 추세는 일본의 대외정책에 변화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일본 정계의 당면과제인 이라크 파병 문제가 그 대상.
이라크 현지의 치안 악화를 이유로 파병 신중론을 펴왔던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약진함에 따라 일본 정부와 여권은 파병 추진 일정을 늦췄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14일에 각의를 열고 파병 원칙을 정하려다 임시국회 소집일인 19일 이후로 1주일가량 미룬 것.
하지만 개헌과 핵무장을 지지하는 일본의 보수 우익은 이라크 파병을 본격적인 재무장의 길을 여는 호재로 보고 있어 파병을 포기할 분위기가 아니다. 사상자가 나더라도 무장 강화와 추가 파병 등으로 역이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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