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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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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조지 W 부시 정부가 추진해 온 대테러정책의 법적 정당성에 관해 미국 최고법원이 처음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풀이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피억류자들이 당하고 있는 인권 침해가 국제적인 논란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인권사각지대’ 관타나모=이 수용소에는 미국이 9·11테러 이후 2001∼2002년 아프가니스탄전쟁과 파키스탄에서의 대테러전쟁 중 붙잡은 42개국의 외국인 660여명이 구금돼 있다. 미국은 이들이 탈레반 및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다며 테러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한 없이 억류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들을 제네바협약에 따른 전쟁포로로 대우하지도, 정식 재판에 회부하지도 않았다. 범죄자라도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인 가족 면회나 변호사 접견도 이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18개월째 이런 수용소 생활을 하는 피억류자도 있다.
이 때문에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 등 피억류자 출신국 관리들과 인권운동가들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현대판 연옥’으로 규정할 정도.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이들을 구금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곧 군법회의에 회부하겠다고 밝혀 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미 행정부는 이들을 국제법에 맞게 대우했다”며 “우리가 제대로 처리해 왔다고 믿는다”고 강변했다.
▽‘인권’ 대 ‘국가안보’ 법리논쟁=연방대법원의 심리가 내년 초 개시되면 ‘개인의 인권’을 주장하는 측과 ‘국가 안보’를 내세우는 진영이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재판소가 재판 없는 구금의 합법성을 심리하는 것은 9·11테러 이후 처음이다.
실무적인 측면에서는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가 미국 땅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억류된 사람들이 외국인이고 관타나모 수용소가 미국 땅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가 있는 지역은 미국이 1903년부터 임차해 사용 중이다.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관타나모에 억류돼 있는 영국인 및 호주인 각 2명과 쿠웨이트인 12명의 변호인들이 재심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변호인들은 3월 연방항소법원에 이의신청을 냈지만 항소법원은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 땅이 아니므로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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