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미의 러 코리츠艦 100년만에 다시 바다 누빈다

  • 입력 2003년 11월 3일 0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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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 때 침몰했던 ‘한국인’이라는 이름의 러시아 함정이 100년 만에 부활했다.

2일 해군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1904년 2월 9일 일본 해군과의 전투로 침몰했던 ‘코리츠(Koreets·고려인이라는 의미)’함의 이름을 올 8월 함대 내 대잠(對潛) 초계함의 명칭으로 다시 사용했다.

러일전쟁 당시 코리츠함과 같은 러시아 해군의 순양함 바리약함은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 순양함 10여척과 전투를 벌이다 결국 자폭했다.

러시아는 이 전투를 제물포해전으로 부르며 항복 대신 장렬한 죽음을 택한 선배 장병들을 기억해왔다. 이후 바리약함은 89년 최신 미사일 순양함의 이름으로 이어졌으나 코리츠함은 잊혀져 갔다.

코리츠함을 되살리는 데는 지난해 9월 태평양함대 사령부를 방문했던 송근호(宋根浩·57·해사 22기·예비역 중장)씨의 역할이 컸다.

당시 합참 전략본부장이었던 송씨는 표트로프 태평양함대 사령관에게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코리츠함 장병들을 위로해 줄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코리츠함의 부활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표트로프 사령관은 올해 자체 평가에서 최우수 성적을 낸 함정의 이름을 ‘코리츠’로 다시 지은 것.

송씨는 “100년 전 러시아 함정에 ‘코리츠’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던 것은 러시아인들이 고려인의 근면성과 불굴의 정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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