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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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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의 학생과 시민 등 수천명은 “일본인 유학생들이 중국인을 모욕했다”며 당사자들의 사죄를 요구하는 시위를 연일 벌이고 있다. 옛 일본군 독가스 피해사고(8월 초)와 일본인 관광객 집단매춘(9월 말)에 이어진 ‘유학생 음란춤’ 사건으로 중국 내 반일감정이 극도로 악화됐다. 일본인 유학생과 용모가 비슷한 한국인 유학생까지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보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도 불법체류 중국인들의 범죄 관여 사실이 속속 드러나 ‘중국 혐오증’이 확산되고 있다.
▽유학생 음란춤 파문 확산=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시안의 시베이(西北)대 교내에서 열린 외국어 학부생 파티. 일본인 유학생 3명과 교수 1명이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가짜 생식기를 허리에 두른 차림으로 무대에서 음란한 춤을 춰 공연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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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유학생들은 “야한 장면으로 시선을 끈 뒤 양국 우호를 강조하려고 등 뒤에 써둔 ‘중국♡일본’이라는 문구를 마지막에 보여주려 했다”고 해명했으나 파문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 중국사회에서는 공개적인 성 표현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중국 학생 1000여명이 다음날 오전 일본인 학생 기숙사 앞에 몰려가 규탄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기숙사의 외국유학생들을 모처에 격리시켰다. 일본인 유학생들은 1일 서면으로 사과했으나 대학측은 학생 3명과 교수 1명에게 퇴교 조치를 내려 조만간 일본으로 돌아가야 할 형편이다.
▽한국인 유학생에 불똥=유학생들과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반일시위와 관련해 여학생 13명과 남학생 12명 등 모두 25명의 이 대학 한국인 유학생들이 일본인 유학생들과 함께 격리돼 있다.
학교측은 대규모 시위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한국 일본 서양인 유학생들을 신변안전을 위해 공항 인근 호텔로 격리시켰다. 그러나 중국 학생들이 몰려온다는 정보에 따라 거처를 옮겨 2일 오후 현재 기업연수원으로 보이는 건물에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유학생 대부분은 여권과 귀중품만 들고 기숙사를 나온 탓에 3일째 답답한 격리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고 있으며 2일 서양인 유학생만 격리조치에서 풀려난 이후 일본인 유학생들과의 분리 격리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하라 “中 유인우주선 시대 뒤떨어져”▼
▽일본 언론은 중국인 범죄 부각=“한일합방은 한국인이 원한 것”이라고 망언했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1일 “유인우주선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데도 중국인들이 기뻐하는 것은 무지한 탓”이라고 말했다.
일부 일본 언론은 후쿠오카(福岡)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해사건의 범인이 중국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의 주하이(珠海)시 집단 매춘사건이 불거진 직후엔 50대 일본인 관광객이 선양(瀋陽)을 여행하다 납치된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가 주중 일본대사관에 “유학생들 교육을 잘 시키라”고 일침을 가하자 일본측은 “학생들이 다치고 숙소가 엉망이 된 것은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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