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복음주의자들 백악관 ‘쥐락펴락’…'성경만이 진실' 믿음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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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수단의 내전종식을 논의하는 케냐 나이로비 평화회담에 참석했다. 수단은 20여년째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간에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곳.

조언자 자격으로 참석한 파월 장관은 내전종식에 합의하면 경제 제재를 풀 수 있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주변으로부터 ‘외교를 집무실에 앉아서 한다’는 비난을 받아 온 그가 케냐까지 달려가 분쟁 해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비쳤다.

뉴욕 타임스는 27일 미 정부가 수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것은 미국 내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전했다. 80년대 미국의 사회문제를 이슈로 내걸었던 복음주의자들이 이제는 국제적 이슈에 대해 부시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다음은 내용 요약.

워터게이트에 관련돼 7개월간 복역했던 찰스 콜슨을 비롯한 복음주의자들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취임 후 칼 로브 정치담당 고문 등을 만나 수단 문제 개입을 촉구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수단 문제를 주요 이슈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부시 행정부는 수단 문제뿐 아니라 성 매매, 에이즈 등 복음주의자들이 내걸고 있는 이슈를 적극 정책화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인신매매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전미 복음주의자 연합’에는 약 4만3000개의 단체가 가입해 있다. 이들은 성경이 진실이고 (이교도들을) 개종시켜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과거와 달리 페미니스트, 유대교도 등과도 연합해 영향력이 더 크다.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이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내년 대선에서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낙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92년 대선에서 낙선한 이유 중 하나도 이들의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

복음주의자들은 80년대에는 낙태, 학교에서의 기도, 동성연애, 포르노그래피 등 주로 국내 이슈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미국 사회의 갈등이 커지고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세력이 약화됐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인권문제와 같이 미국 사회 주류의 지지를 받기가 쉬운 대외 이슈를 내세우고 있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다른 정권에 비해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일하고 있다. 현재의 백악관은 미국 역사상 가장 종교 성향이 강하며 (기독교 유대교 등의) ‘종교적 연합체’가 보기 드물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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