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세졌네” 부시 씁쓸한 귀국길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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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보안관이 아니오!”

23일 호주 국회에서 연설을 하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향해 녹색당 의원 1명이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의 명분을 강조하던 순간이었다.

회의장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의장의 퇴장 명령에 무장경비가 다가갔지만 고함의 주인공은 개의치 않는 듯 부시 대통령의 ‘보안관 발언’과 이라크전 옹호논리를 반박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호주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보안관”이라고 말했다가 “호주가 미국의 하수인이냐”라는 반발을 샀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녹색당 의원 2명으로부터 야유를 받고 연설을 멈추기도 했다. 두 번째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는 언론의 자유를 사랑합니다”라고 되받아 의원들의 박수를 받기는 했지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호주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아태지역 6개국(일본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호주)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 그의 호주 국회 연설은 순방외교의 결산을 겸한 것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 스스로 이번 순방의 성과를 평가하지는 않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보도다.

우선 그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놀랄 만큼 확장된 현실을 확인해야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취임 당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해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부시 대통령이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략적 동반자’에 준하는 최대한의 예우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위안화 절상 요구는 얘기도 꺼내지 못했고, APEC 정상회의 의제를 북한 핵 등 안보문제로 전환하려던 것도 의도만큼 달성하지 못했다. 아시아 각국도 미국보다는 중국을 더 좋아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실망감을 안겼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일본으로부터 이라크 재건비용 15억달러 분담 약속을 받아낸 것이 성과라면 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CBS방송이 20, 21일 양일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상 최저치를 맴돌던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소폭의 반등세를 보였고, 특히 국제문제 대처능력에 대한 지지도도 지난달 초 45%에서 53%로 올랐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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