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한글서예전“글씨에 마음 담을수 있다니 신기해요”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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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서 한글 서예전을 연 심응섭 교수가 서예 시범을 보이자 관람객들이 신기해하며 지켜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모스크바에서 한글 서예전을 연 심응섭 교수가 서예 시범을 보이자 관람객들이 신기해하며 지켜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글씨는 그냥 메지시를 전하는 도구인 줄 알았는데 아름다움과 생각까지 담을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한글서예가 늘빛 심응섭(沈應燮·충남 혜전대 행정학) 교수가 모스크바 마르크스 거리의 한국문화홍보원(원장 권영후)에서 열고 있는 아름다운 한글서예전(16∼25일)이 현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20일 서예 시범에는 동양학 전공자와 미술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모여들었다. 심 교수가 먹을 묻히고 붓을 들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어깨춤’이라는 글씨를 쓰자 관객들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심 교수가 글씨를 들어 보이며 실제로 사람이 춤추는 듯한 형상을 문자로 표현했다고 설명하자 곧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심 교수가 관객들에게 기념으로 일일이 글씨를 써주기 시작하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오후 5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밤이 늦어서야 겨우 끝났다.

한 관객은 “서예에 대해 들은 적은 있지만 직접 작업 과정을 보고 설명을 들으니 글씨에 심오한 뜻을 담는 구조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송곡 안규동(松谷 安圭東) 선생에게 사사하며 서예의 길에 들어섰다. 한글쓰기만을 고집해온 그는 표음문자인 한글을 형상화해 뜻을 담으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오면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서 격찬을 받기도 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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