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총선 극우 국민당 약진…하원 200석중 55석 얻어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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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실시된 스위스 총선 출구조사 결과 극우 성향의 국민당(SVP)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국가 가운데 극우파 정당이 연정(聯政)에 참여한 적은 있어도 최다 의석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반(反)외국인 정서 ‘일등공신’=스위스 언론들이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국민당은 하원(정원 200명) 의석 가운데 5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보다 11석 많은 것으로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은 3석이 늘어난 54석, 좌파 급진당(FDP)과 중도우파 기독교민주당(CVP)은 각각 6석과 9석이 줄어든 37석과 26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당은 ‘역사적 승리’라고 환호하면서 7명의 각료직 추가 배분을 요구하고, 수용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959년 이후 상위 4개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고 각료직을 분배하는 스위스식 권력 분점 구도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국민당의 각료직 지분은 1석이다.

국민당의 약진은 스위스 경제가 침체를 면치 못해 실업률 3.6%로 심리적 지지선인 4%에 육박하고 있으며 외국인 거주자가 급증하는 데 대한 유권자의 불만에 편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스위스 인구 5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 주로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외국인이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올해 8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4%가 국내 거주 외국인을 전체 인구의 10%로 제한하는 데 지지하기도 했다.

국민당은 이에 편승해 외국인을 범죄자로 묘사하는 선정적 광고를 내보내며 스위스 유권자들의 반외국인 정서를 자극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이 광고를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국민당은 노동시장이 자유화되면 외국인이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라며 유럽연합(EU) 가입에도 반대하고 있다.

▽유럽 극우파 바람 이어가나=국민당의 약진이 서유럽에서 잠시 주춤하던 극우파 바람을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극우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당수가 2위를 차지하면서 사회당을 몰락시킨 데 이어 5월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극우 리스트당이 제2당으로 급부상해 유럽 사회에는 ‘극우파 돌풍’이 몰아쳤었다.

극우와는 다르지만 97년만 해도 EU 15개국 중 11개에 달했던 좌파 정부가 우파 정권으로 교체되는 ‘우경화 바람’도 있었다.

이는 범죄 증가와 만성적인 실업 및 경기침체, 복지혜택 축소를 막연하게 외국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정서를 정치권이 십분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9월 독일 총선에서 중도좌파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재선되고 11월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이 참패하면서 잠시 역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극우파가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서유럽 극우파가 ‘재림’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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