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美외교차량 폭탄테러…CIA요원등 3명 사망

  • 입력 2003년 10월 16일 0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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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 자치지구에서 15일 미국 외교차량에 대한 폭탄 공격이 발생해 미국인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팔레스타인에서 미국 외교관을 겨냥해 테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제감시단을 끌어들이려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노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오전 10시15분경(현지시간) 가자 지구 북쪽 베이트 라히야 지역에서 미리 매설된 원격 지뢰로 추정되는 강력한 폭탄이 터져 이곳을 지나던 3대의 미국 외교차량 중 한 대가 대파됐다. 이들 차량에 탄 미국인은 중동 평화안의 진척 상황을 감독하는 요원으로 전해졌으며 일부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길가에 (원격 조종 폭탄용) 전선이 있었으며 인근의 작은 집으로 연결돼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존 울프 미 중동평화감시단 대표가 사고 차량에 타고 있었다고 보도했으나 그는 사고 당시 다른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미국 조사단원들이 현장조사를 벌이려 했으나 팔레스타인 소년들이 돌을 던지는 사태가 빚어져 15분 만에 중단됐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사건은 ‘가공할 범죄’”라며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아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총리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와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사건 직후 이스라엘 군은 공격용 헬기를 동원해 가자 지구 북쪽 지역을 장악했다.

이날 공격은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지역 보안 장벽 확장을 비난하는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발생했다.

한편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 폭탄 테러를 주도해 온 이슬람 지하드와 하마스 등은 이날 공격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무장단체를 해체시킬 것을 요구해 온 미국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2000년 9월 이스라엘 아리엘 샤론 당시 리쿠드당 당수가 이교도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소를 방문한 이후 악화되어 왔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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