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인우주선]천년 꿈 실은 ‘神의 배’ 우주에 돛 올리다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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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날겠다는 수천년의 꿈이 실현된다. 민족적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그 누구도 중국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 발사를 앞두고 기대와 흥분이 넘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선저우 5호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중국 언론들도 기자들을 대거 현장에 파견해 연일 특집기사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발사 및 우주비행=선저우 5호의 발사일정은 15일에서 17일 사이로 잡혀있지만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여서 기상이변이 없는 한 15일 오전 9시를 전후해 발사될 것으로 보인다. 선저우 5호가 발사될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 위성기지는 12일 밤부터 계엄이 선포됐다.

발사 성공률은 97∼98%로 성공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실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영 CCTV는 “중국 지도부가 발사에 실패할 경우 입을 정치적 위험을 고려해 생중계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선저우 5호는 발사 10분 만에 창정(長征)2F 로켓에서 분리돼 고도 200∼350km의 지구 타원궤도에 진입하고 343km 지점에서 원형 궤도로 자리를 잡는다. 이어 23시간 동안 지구를 14회 선회하면서 각종 실험을 진행한 뒤 네이멍구(內蒙古) 중부 초원지대인 쓰쯔왕치(四子王旗)로 귀환한다.

▽선저우 5호 발사의 의미=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면 중국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우주 클럽’의 대열에 오른다. 옛 소련이 1961년 세계 최초로 유리 가가린을 우주로 올려 보낸 지 42년 만이다.

중국은 앞으로 3년 안에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하고, 2010년까지 달에 인간을 보내며, 2040년까지 화성 탐사 우주선을 보낸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우주선 발사는 과학기술력의 과시뿐 아니라 국가적 자부심을 고취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또 중국이 유인우주선 발사를 통해 확보한 기술은 미국이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력구도에 영향 줄 수도=중국 공산당은 2008년 올림픽 유치에 이어 유인우주선을 발사함으로써 정치적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자부심을 높여 개방 과정에서 생긴 소외계층의 불만을 잠재우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문화대혁명으로 중단됐던 중국의 우주개발 계획을 1992년 부활시킨 사람은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 따라서 이번 유인우주선 발사가 성공하면 그가 영예를 거머쥘 수도 있다. 이 경우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제4세대 지도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중국 최초의 우주인은 누구…양리웨이 유력 ▼

중국 최초의 우주인은 누가될까.

중화권 언론들에 따르면 선저우 5호 탑승 후보로는 그동안 훈련을 받아온 14명의 공군 전투기 조종사 가운데 양리웨이(楊立偉·사진), 취즈강(瞿志剛), 녜하이성((섭,접)海勝) 3명으로 압축된 상태.

이들 3명 중 1명이 14일 밤 마지막 심리테스트 등을 거쳐 역사에 남을 첫 우주인으로 낙점된다.

현재까지 후보 1순위는 양리웨이. 언론들은 “후보 3명 모두 탁월한 비행 능력과 안정된 심리 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상태로는 양리웨이가 가장 양호하며 2순위인 취즈강도 상태가 아주 좋다”고 전했다.

양리웨이는 1965년 중국 동북지방인 랴오닝(遼寧)성 쑤이중(綏中)현에서 2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83년 공군 조종사로 선발되었고 200 대 1의 경쟁을 뚫고 1993년부터 본격적인 우주비행사 훈련을 받았다.

그는 1990년 같은 마을의 장위메이(張玉梅)와 결혼했으며 부친은 고향의 한 농산물 회사에서, 모친은 교사로 근무 중이다.

우주인 훈련기간 중 그는 거의 귀가하지 못했고, 집에 있어도 부모와만 얘기를 나눌 뿐 외부와의 접촉을 끊어 왔다. 2001년 이후 누나와 동생도 그를 만나지 못할 정도.

그의 누나는 “양리웨이가 어렸을 때부터 수영과 스케이트 등 체육을 좋아했다”면서 “학교 성적은 보통이었으나 이공계열 성적은 아주 좋았고 집에서는 컴퓨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2순위인 취즈강도 동북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종 순간에 후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도 3순위 후보였다가 최종 순간에 탑승자로 선정됐기 때문.

어쨌든 이번에 선발될 첫 우주인은 중국의 국민적 영웅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주취안 발사기지▼

1958년 건설된 북서부 고비사막의 중국 최초의 위성 발사기지. 간쑤성 주취안시 외곽의 만리장성 옛터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 1970년 첫 위성 둥팡훙(東方紅) 1호를 쏘아올린 데 이어 무인우주선 선저우 1∼4호를 잇따라 쏘아올린 중국 우주개발의 요람.

중국은 통신위성은 쓰촨(四川)성 시창(西昌), 기상위성은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 저궤도의 과학위성과 지구귀환 위성은 주취안에서 발사해 왔다.

둔황(敦煌)으로 가는 길목의 주취안 위성 발사기지는 수직 발사대, 발사통제센터, 발사체, 위성 조립시설, 장거리 관측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기지 북동쪽에는 중국 우주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녜룽전((섭,접)榮臻) 원수 등 우주개발에 평생을 바친 이들의 무덤 500기가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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