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反정부 유혈시위…40여명 사상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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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천연가스(LNG) 수출정책 등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사태가 계속되자 볼리비아 정부가 12일 계엄을 선포했다. 군은 계엄령 발동 직후 낙후된 공업도시인 엘알토에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무력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계엄군의 발포로 8명이 숨졌다. 이날 사망자를 포함해 볼리비아에서는 최근 한 달간 반정부 시위로 16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정부의 강경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날 버스 등 공공운송노조는 수도인 라파스에서 파업에 들어갔고, 볼리비아 국내 항공노선은 안전을 이유로 일제히 운항을 중단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호르헤 토레스 개발장관이 13일 곤살로 산체스 데로사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카를로스 메사 부통령 역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지만 산체스 데로사다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산체스 데로사다 대통령은 다만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되고 있는 천연가스 수출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백만장자 광산업자 출신으로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지난해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볼리비아 농민과 노동자들은 산체스 데로사다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라 초긴축정책을 취하면서 경제를 곤경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2월에도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여기에 산체스 데로사다 대통령이 최근 남미 2위의 매장량을 가진 천연가스를 칠레를 경유해 미국과 멕시코에 수출하려 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19세기 후반 전쟁까지 치른 칠레를 경유국으로 삼은 데다 6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이 미국과 영국 개발업자들의 배만 채워줄 뿐 절대 다수의 노동자 농민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정부가 미국의 마약 금지 정책에 따라 아무런 대책 없이 농민들에게 코카인 재배를 금지시킨 데 대해서도 항의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는 농민과 노동자 대다수가 하루 2달러 정도의 생활비를 겨우 벌어들이고 있으며 인구 800만명 가운데 65%가 절대빈곤 상태에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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