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테러회의 참석 20여개국 ‘美 일방주의’ 맹비난

  • 입력 2003년 9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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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의 이라크 선제공격과 일방주의 노선을 비판했다.

앞서 테러를 뿌리 뽑기 위해 22일 유엔이 마련한 국제회의에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아난총장 및 시라크의 기조연설=아난 총장은 각국 대표 연설에 앞서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사회가 전쟁, 테러리즘, 빈곤 및 국제안보의 위협 요소들에 대처하는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러 위협이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는 세계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난 총장은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한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유엔 헌장의 범위를 벗어나 행동하는 국가들이 있으며 일부 국가는 유엔이 제공하는 정당성을 결여한 채 스스로 무력사용을 결정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을 간접 비판했다.

이라크전쟁에 반대했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총회 기조연설에서 “모든 사람의 이름을 내걸고 단독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라크전쟁을 둘러싼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개방사회에서 누구도 소외될 수 없으며 누구도 모든 사람의 이름을 내걸고 단독으로 행동할 수 없고 누구도 무정부사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유엔을 대체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 국민에게 주권을 이양하는 것이 이라크의 안정과 재건에 필수적이라고 전제하고 유엔의 통제 아래 이라크 주권을 이라크 국민에게 넘겨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이 유엔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유엔 대테러회의=회의에 참석한 20여개국의 국가원수 및 행정수반과 외무장관, 테러전문가, 테러 희생자 유족 등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한목소리로 “군사력을 앞세운 강압통치가 테러의 뿌리”라고 지적했다.

이 국제회의는 유엔총회 개최 기간 중인 22일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과 셸 망네 보네비크 노르웨이 총리의 공동제안으로 열렸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미국에 협조한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슬람 신도들 사이에서는 이슬람 자체가 공격 목표가 됐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이슬람 전체를 적으로 삼으려는 서방의 일부 기류를 우려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의 체첸 테러리스트 진압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미국의 대(對)테러전은 묵인 또는 지원하는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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