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하와이 호놀룰루 현대미술관 '한국작가 교류전'

  • 입력 2003년 9월 23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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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 현대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한지로 싼 스티로폼으로 만든 전광영씨의 작품을 구경하고 있다. -허문명기자
호놀룰루 현대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한지로 싼 스티로폼으로 만든 전광영씨의 작품을 구경하고 있다. -허문명기자
《하와이 한인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작가교류전'(Crossing-2003)이 18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현대미술관(The Contemporary Museum, Honolulu)’에서 개막돼 11월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 미술관은 도심에서 멀지 않은, 녹음이 무성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행사는 미술관 개관(1961) 이래 처음 열리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전으로 모두 12명이 회화, 설치, 사진, 비디오 작업 등 다양한 장르에서 30여점을 선보였다.》

개막식은 전시 작가들을 비롯한 한국의 미술계 인사들, 하와이 교포와 현지 미술계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해 한국 미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제임스 젠슨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역동적이며 특히 독창적인 테크닉과 재료를 통해 다양한 주제들을 소화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일본(1986년) 프랑스(1997년)와도 교류전을 가졌지만 이 같은 성황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젠슨씨는 “이번 전시에 6000∼8000명의 관람객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국 교류전으로는 가장 규모가 클 것으로 내다보았다.

1층 전시장 입구에는 조덕현씨의 대형 회화작품인 ‘20세기의 기억(A memory of the 20th Century)’(1999년)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구한말 한 부부의 신식 결혼식 사진을 확대해 그린 이 회화 작품은 하와이에 살고 있는 한국교민들의 향수를 자극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민병헌씨의 ‘도시연작’ 사진 시리즈, 누드 사진과 회화를 합성한 배준성씨의 작품 등은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에서 주목받는 사진작업의 현주소를 보여 주었다.

레고와 핀 등으로 한국의 산수를 컴퓨터그래픽처럼 표현한 황인기씨의 디지털 산수도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설치작품들이 선보였다. 특히 전광영씨의 ‘집적(Aggregation)’이 관심을 모았다. 스티로폼을 삼각형으로 잘라 한지(韓紙)로 싼 뒤 이를 수천∼수만개 모아 대형 캔버스나 원구(圓球)처럼 만든 작품. 전씨는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썼던 한지라는 재료를 활용해 그 시절 하와이로 이주해 온 조상들의 추억과 사연을 새기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무지갯빛 자개를 이어 붙여 만든 김유선씨의 작품과 지름 20cm, 길이 5m의 철조망 원통들을 천장까지 쌓아올린 이형우씨의 작품도 관심을 모았다.

김영진 홍성도 박화영씨의 비디오 작품과 남지, 이정진씨의 사진작품들도 선보였다.

현대미술관 전시와 더불어 ‘아카데미 오브 아츠’와 하와이대 미술관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아카데미 오브 아츠’에서는 도자 섬유 목칠 금속 등을 재료로 한 작품 50여점이 전시돼 늦은 밤까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시에 참여한 조정현 이화여대 교수는 “10년 전부터 교민들이 이 전시를 위해 모금활동을 벌였고 작품선정을 위해 작가 스튜디오를 일일이 방문하는 등 관심을 쏟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호놀룰루=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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