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중국, 국민투표와 유엔가입 두고 양안 또 충돌

  • 입력 2003년 8월 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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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국민투표 추진과 유엔가입 신청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만이 또다시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만이 “국민투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강행 방침을 거듭 천명한 데 대해 ‘무력 침공’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양안 갈등의 ‘뇌관’=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지난달 27일 “내년 3월 20일 총통 선거 또는 그 이전에 제4원자력발전소의 건설과 중요한 공공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건설이 중단된 제4원전 문제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전염병 대처를 위한 세계보건기구(WHO) 가입 문제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7일 “대만의 장래와 지위를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활동은 스스로 공격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대만의 독립 기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은 이날 유엔 15개 회원국과 함께 대만의 유엔 가입 문제를 9월 제58차 총회 안건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제안서를 제출해 중국의 심기를 또다시 건드렸다.

제안서에 첨부된 ‘대표권 해석에 관한 비망록’에는 ‘중화민국(대만)’이라고 표기했다. 대만은 1993년부터 유엔 가입을 시도해왔으나 제안서에 대만이라고 표기한 것은 처음이다.

왕광야(旺光亞)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즉각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유엔헌장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의 우려=중국은 대만의 국민투표 실시 방침과 유엔 가입 제안서의 대만 표기가 천 총통의 ‘일변양국(一邊兩國)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천 총통은 지난해 8월 “대만은 독립 주권국가이며 대만과 대안(對岸·중국)은 각각 1개의 국가”라며 대만의 장래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당시 천 총통은 중국과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이를 철회했으나 이번에 원전 공사와 WHO 가입을 명분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대만 독립을 위한 민의 결정 수단을 확보하려는 저의가 깔린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다.

대만이 당장 독립을 선언하는 것은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만큼 일변양국론에 의한 국민여론 환기→대만 표기 여권 채택→지속적인 유엔 가입 신청→일반 공공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등을 통해 점진적인 대만 독립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천 총통이 국민투표 실시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어 내년 총통선거에서 재선할 경우 대만 독립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중국은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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