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안전법 입법 연기…둥젠화 퇴진압력 높아질 듯

  • 입력 2003년 7월 7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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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불러온 중국 홍콩특구의 기본법 23조(국가안전법) 입법이 입법회(홍콩의회)의 표결 2일 전인 7일 전격 연기됐다.

이에 따라 국가안전법 입법을 주도해온 둥젠화(董建華.사진) 홍콩특구 행정장관의 정치적 입지가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됐다.

둥 장관은 이날 오전 2시(현지시간) 긴급 소집한 행정회의(내각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9일로 예정했던 국가안전법에 대한 표결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DPA통신 등은 둥 장관이 입법 강행을 중단한 것은 친정부 정당인 자유당의 제임스 톈(톈베이쥔·田北俊) 주석이 6일 오후 입법 연기를 요구하며 행정회의 위원을 사퇴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톈 주석은 4일 베이징(北京)에서 랴오후이(廖暉)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 등과 만나 입법을 12월 17일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으며 “중국 지도부 역시 연기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행정회의 위원으로 당초 입법 찬성파였던 톈 주석은 입법회 내 8명의 의원을 거느리고 있어 9일 표결이 실시될 경우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입법회 의원 60명 중에서 23명이 입법에 반대하고 있으며 여기에 자유당 소속 의원 8명이 더해지면 반수 이상이 반대하는 셈이다.

이에 앞서 둥 장관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위대가 톈안먼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킬 만큼 확산되자 5일 국가안전법 입법을 예정대로 강행하되 법조문 중 3개항을 수정하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전통적으로 둥 장관의 지지기반이었던 재계 지도자들은 물론 중국 중앙정부의 지지마저 약화된 것으로 분석돼 일각에선 둥 장관의 퇴진을 시간문제로 보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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