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전쟁 뒷 이야기]軍간부엔 '뇌물 폭격'

  • 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04분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예상보다 쉽고 빨리 승리를 거둔 것은 미 특수부대가 이라크 군간부들을 전투에 나서지 않도록 뇌물로 포섭했기 때문이라고 웹진 슬레이트닷컴이 20일 보도했다.

웹진에 따르면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사령관은 19일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장군으로부터 ‘이제 당신을 위해 일하겠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아랍권에서 제기해 온 뇌물 공여 의혹을 확인했다는 것. 그러나 어떤 부대 소속의 얼마나 많은 장군이 얼마를 받았는지, 현재 포섭된 이라크군 간부들은 어디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 고위 당국자는 “크루즈 미사일은 한 기에 100만∼250만달러가 들지만 뇌물은 아무런 피해 없이 목표를 정확히 달성할 수 있는 무기”라고 밝혔다. 다른 당국자는 “뇌물은 실제 전투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웹진은 이 같은 뇌물 작전이 북한이나 알 카에다의 간부들처럼 보다 확고한 이념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에도 효용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경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알 카에다는 이미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2500만달러의 현상금을 무시한 전례가 있다는 것.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포로엔 '록음악 고문'▼

미군이 이라크군 포로들을 심문하면서 미국 어린이프로 주제가 등을 오랜 시간 틀어줘 정신적으로 지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1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제사면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듣기 괴로운 음악으로 잠을 빼앗는 ‘음악고문’”이라며 제네바협정 준수를 촉구했다.

BBC와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심리작전부대(Psy Ops)가 입을 쉽게 열지 않는 포로들에게 주로 틀어주는 노래는 미국의 유명한 어린이 TV 프로 캐릭터인 보라색 공룡 바니가 까불면서 부르는 노래들과 세서미스트리트의 주제가들. 영화음악과 헤비메탈 그룹의 록음악 등도 동원된다. 그러면 문화적으로 생소한 리듬에 노출된 포로들은 잠을 쉽게 못 이루고 저항의지를 잃는다고 BBC는 전했다.

Psy Ops의 마크 하드셀 하사는 “이라크인들은 24시간 이상 노래를 틀어주면 견디지 못한다. 몸이 축 늘어지고, 단련돼 있던 정신무장이 흐트러지면서 의지가 약해진다. 그럴 때쯤 심문을 재개하면 입을 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사면위원회 대변인은 “최근 풀려난 한 이라크 민간인 포로는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나흘간이나 잠을 못 잤다’고 증언했다”며 “우리는 고문으로 간주될 수 있는 그 같은 심문 방법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제네바협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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