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거짓말은 필요악" 英교수팀 연구결과

  • 입력 2003년 5월 19일 19시 16분


3년에 걸친 연구결과 정치인이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인 영국의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 정치학자인 글렌 뉴이 교수팀의 결론은 도발적이다. “정치인은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 영국 신문 옵서버와 선데이 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뉴이 교수팀은 “정치인이 갈수록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우리 유권자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뉴이 교수는 “유권자들이 정치인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가안보가 걸린 문제에서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하지 않고 거짓말하는 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썼다. “공공의 이익과 일치하는 거짓말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대가”이며 그래서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진실한 발표보다는 (진심을 숨기는) 포커게임 능력이라는 것.

이 팀은 불가피한 거짓말의 사례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겠다고 약속한 것. 아직도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담 후세인 정권은 제거됐다. 또 다른 사례는 스코틀랜드 의사당의 건립 비용. 의사당 비용이 4000만파운드라고 해서 건축이 시작됐지만 지금 추산치만 해도 10배인 4억파운드에 이른다. 만약 4억파운드가 든다고 했으면 유권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

‘민주정치에서 진술과 기만’이라는 제하의 이 논문은 영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경제와 사회 연구위원회(Economic and Social Research Council)에 의해 발간될 예정이다. 이 논문은 가장 악의 없는 세 거짓말로 △“나는 악한이 아니다”(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 △“나는 그 여성과 성적 관계를 갖지 않았다”(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세계의 위협이 되고 있다”(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들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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