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3개권역 분할…북부지역 폴란드軍 관할로

  • 입력 2003년 5월 4일 19시 01분


미국의 전후 이라크 평화유지 방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2일 이라크 전역을 3개 권역으로 분할, 미국 영국 폴란드 등 3개국이 치안유지 활동을 벌이는 것을 골자로 한 ‘이라크 평화유지군 창설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은 △미군이 수도 바그다드를 포함한 이라크 중부 △영국군이 이라크 제2도시인 바스라 인근의 동남부 지역 △폴란드군이 이라크 북부 지역을 각각 관할하면서 평화유지 활동을 벌인다는 것. 대신 유엔은 전쟁 부상자와 빈민 구호 등 인도주의적 역할에 국한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미군은 현재 이라크에 파병된 5개 사단 규모의 전투 병력을 2개 사단 규모(3만∼4만명)로 줄이고 성격도 평화유지군으로 바꿀 예정. 영국도 4만5000여명의 파견 병력을 이달 말까지 2만5000∼3만명으로 줄일 방침이다.

폴란드는 “최소 1500명의 평화유지군을 이라크에 파병할 계획”이라고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이 3일 말했다. 이들 3개국 평화유지군은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사령관의 총지휘를 받게 된다.

▽다국적 평화유지군=참전국인 미국 영국과 함께 평화유지군에 참여하게 되는 폴란드는 일찍부터 이라크전을 지지한 중, 동유럽의 대표격. 폴란드는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중, 동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큰 나라다.

당초 이 구상은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0일 런던에서 열린 ‘최초 참전 동맹국 평화운영회의’에서 처음 제시했다. 이 회의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10개 회원국을 비롯해 이라크전을 적극 지지했던 16개국이 참여했다.

회의 참가국들은 거의 다 평화유지군 파견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 가운데 평화유지군 파견이 확정적인 나라는 덴마크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등 6개국으로 이들 군대는 영국과 폴란드 관할 지역에 배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이라크에 군부대를 파견 중인 한국 및 호주 카타르 필리핀의 평화유지군 합류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포르투갈 알바니아 등도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이라크 평화유지군에 이처럼 많은 나라가 가세하게 된 것은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이라크 복구사업의 밥상에 ‘숟가락을 더 얹으려는’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반전국은 여전히 ‘왕따’=프랑스 러시아 독일 벨기에 등 전쟁에 반대했던 나라들은 배제됐다. 그럼에도 전쟁 이후 미국의 눈치를 봐 온 프랑스 독일 등은 이 구상을 마지못해 묵인하고 있다.

3일 그리스 에게해의 카스텔로리조 섬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두 나라 외무장관은 “다국적 평화유지 구상은 참가국 수만 늘리는 것”(도미니크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 “사실상 유엔의 역할을 강조한 독일의 주장과 같다”(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고 한마디씩 했으나 반향은 없었다.

당초 EU의 반전 국가들이 제시한 유럽 독자방위 구상 의제는 이라크 평화유지 구상에 묻혀버렸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미국의 해외판매법인 면세법을 규정위반으로 판결하고 7일 EU가 대미 무역보복을 가해도 좋다고 허용할 예정이지만 EU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무역 보복을 유보하려 하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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