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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3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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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가진 경제담당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 의장에게 다섯 번째 임기를 약속했다.
때마침 이날 비대 전립샘 수술을 받고 이번 주말 업무에 복귀할 예정인 그린스펀 의장은 연임 여부에 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주변에선 1987년부터 FRB를 이끌고 있는 그가 올해 77세지만 여전히 건강하다는 점을 들어 4년 임기의 의장직 연임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루머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그린스펀 의장의 수술로 인해 그의 후임자에 대한 소문이 증폭되면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금융계에선 보고 있다.
‘경제대통령’ ‘워싱턴의 2인자’라는 별칭이 붙은 FRB 의장은 경제, 특히 금융정책을 좌우하는 자리. 그린스펀 의장이 네 번째 임기를 마치는 내년 6월에 앞서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벌어지면 부시 대통령이 경제상황을 정치와 연결시켜 인사를 할 것이란 가정 하에 후임자에 대한 많은 말들이 오갔다.
게다가 그린스펀 의장은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대해 2월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라크전쟁 등 불확실한 요인 때문에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명확하지 않은 시점에 내놓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설익은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대했다. 내년 선거를 겨냥해 내놓은 7260억달러의 의욕적인 감세정책에 반대하는 그린스펀 의장에 대해 백악관 내부에서도 “내년엔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해 온 그린스펀 의장은 부시 전 대통령이 1992년 재선 가도에 나섰을 때 “선거를 돕는 경제운용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들었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그를 교체할 것이란 추측도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시장의 안정을 위해 그린스펀 의장을 다시 선택했다고 월가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는 증시 거품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10년간의 경제 호황기를 포함해 주가급락 이후의 경제를 잘 관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
그린스펀 의장의 연임 이야기가 나오자 22일 뉴욕 주가는 기업실적 호전 등 다른 호재와 맞물려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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