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사살-생포할 수 있을까

  • 입력 2003년 4월 7일 15시 38분


코멘트
미군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사살, 생포할 수 있을까. 미군이 7일 바그다드 시내로 3일째 진격, 대통령 궁들과 공보부 등지를 장악하면서 일어나는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알려진 바그다드 시내의 대통령 궁은 시내 중심부 7·14 다리 옆의 본궁을 비롯해 모두 5군데. 미군은 이날 최소한 3군데를 급습했다. 이는 물론 후세인 대통령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한 이라크 지배자로서 후세인 대통령의 상징물들을 타격, 훼손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후세인 대통령을 사살, 생포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명의 요인을 체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한 사람은 대통령 경호대장이자 개인 비서인 아베드 하메드 흐무드. 후세인 대통령과 같은 티크리트 출신으로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다. 다른 한 사람은 후세인 대통령의 차남이자 공화국 수비대 사령관인 쿠사이. AP 통신은 수년 동안 후세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일하다 최근 유럽으로 망명한 이라크 고위 관리의 말을 빌어 7일 이같이 전했다. 따라서 미군은 공화국 수비대 지휘부나 대통령 경호대 본부를 급습해 두 사람 중 하나를 생포하거나 이들의 소재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의 개인 비서로 일하다 95년 요르단으로 망명한 압바스 알 자나비는 미군이 후세인 대통령의 소재지를 찾아내려면 기나긴 '지하 작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세인 대통령의 지하 벙커들 가운데 하나는 바그다드에 산재한 5개의 대통령궁과 갖가지 지하 통로로 연결돼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지하 통로는 시내 곳곳으로 출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총 연장 100㎞가 넘어가는 이들 통로 가운데는 원래 바그다드에 건설할 지하철 통로로 만든 것도 있다. 자금 부족으로 지하철을 개통할 수 없게 되자 후세인 대통령의 개인 대피로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후세인 대통령이 4일 바그다드 시내의 누만 카페 앞 가도에 돌연히 등장했다가 사라진 것도 이같은 대피로를 통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후세인 대통령의 전직 측근 한 사람은 91년 걸프전 당시에 후세인 대통령은 전통적인 아랍 복장을 한 채 바그다드 근처 서너 군데의 개인 주택들에 돌아가면서 은신했다고 털어놓았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당시 후세인 대통령은 지상으로 이동할 때는 낡은 택시나 트럭을 이용해 눈에 띄지 않게 했으며 전령을 대동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군은 아직 베일에 가린 지하 통로는 물론 바그다드 안팎의 수백만 가호를 일일이 뒤지지 않으면 그를 생포하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미군이 9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오사마 빈 라덴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점은 '후세인 제거'가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