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디어戰 이라크에 뒤졌다” 反戰여론 확산 불끄기

  • 입력 2003년 3월 26일 22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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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이 미디어를 통한 심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영 연합군이 25, 26일 이라크 국영TV 등 방송 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미국 CBS방송은 26일 “미 공군이 전자장비를 마비시키는 e폭탄으로 이라크 방송사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e폭탄은 폭발시 20억W에 이르는 엄청난 극초단파(마이크로웨이브)를 발사해 투하지점 반경 400∼500m 안의 컴퓨터 등 모든 전자제품을 파괴해 인명 피해 없이 주요 기반시설을 무력화하는 비살상용 무기다.

AP, AFP통신 등도 “25일 밤 연합군의 공습으로 국영 TV방송이 45분간 중단됐고 26일에는 이라크 공보부와 국영TV 건물 일대가 화염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라크 해외 방송을 담당하는 위성TV도 중단됐고 전파 송신기도 파괴돼 영국에서 이라크의 24시간 위성TV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당초 연합군은 이라크 국민에게 연합군측의 ‘압도적인’ 전황을 알리기 위해 방송 시설은 폭격 대상에서 제외했다. 연합군이 승승장구하는 장면을 그대로 방송할 경우 이라크 국민이 심리적으로 흔들려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판단 때문.

그러나 현재까지 미디어를 통한 심리전에서 연합군측이 이라크측에 크게 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집중 공격에 나선 것. 오히려 전황에 대한 보도를 방치하자 이라크 정권과 이라크 국민간의 연결고리가 더 강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라크 국영TV 등은 자체 화면 또는 알 자지라TV 화면을 통해 연합군의 오폭에 따른 민간인 피해 상황과 화염에 휩싸인 바그다드의 모습 등을 집중적으로 방송해왔다. 이는 이라크 국민에게 이번 전쟁은 연합군이 의도한 ‘이라크 해방 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이 아니라 ‘침략 작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알 자지라처럼 이라크 방송이 미군 시체와 포로 등을 화면에 내보낼 경우 미국 내 반전 여론에 불을 지펴 앞으로 미 행정부의 전비(戰費) 확충에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알 자지라 TV는 이날 “20일 개전 이후 시청자가 10% 이상 늘어 현재 전세계적으로 4400만 가구가 시청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 시청자는 개전 이전보다 2배 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 위트먼 미 국방부 공보국장은 폭격 사실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으나 미 중부군 사령부측은 “이라크의 방송통신 시설은 우리의 주요 공격 목표”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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